(영상)대규모 자금 필요한 'SK온'…모회사 'SK이노' 부담 커진다

사모펀드 조달 어렵자 SK이노에 2조 수혈
지속된 투자에 단기차입금 급증…SK온 프리IPO 실패
넉넉지 않은 현금보유 규모…9월내 차입금 1조 갚아야

입력 : 2023-01-25 오후 4:34:13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SK온이 공격적 투자로 회사를 키우고 있지만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096770)의 재무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정유 부문과 달리 아직 적자 상태인 SK온이 '규모의 경제'를 통해 흑자 전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25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SK온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차입금은 9조9965억원으로 10조원에 육박합니다. 이중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차입금(사채 및 리스부채 포함)이 6조1723억원으로 전체 차입금의 62%에 달합니다. 특히 2021년 말 4989억원이었던 단기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 5조2718억원까지 늘어났습니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12월 5일 (현지시간) 미국 켄터키주 글렌데일에서 열린 블루오벌SK 켄터키 공장 기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SK이노베이션)
 
SK온이 벌어서 갚을 수 있으면 최선이지만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SK온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은 2조3988억원입니다. 유동성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사용가능한 차입금 한도는 3조5923억원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를 다 쏟아 부으면 단기차입금을 상환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금고는 바닥을 드러내고 비상시 긴급하게 자금을 끌어 쓰기 어려워집니다.
 
SK온이 LG에너지솔루션(373220)에 로열티를 물어주고 있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두 회사는 2021년 4월 배터리 소송을 마무리하고 합의한 결과 SK온은 현금 1조원과 로열티 1조원을 LG에너지솔루션에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현금 1조원은 지난해 지급했으며 매출액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로열티 1조원은 올해 지급할 예정입니다. 3분기 매출(2조1942억원)과 영업적자(1346억원) 등 6분기 연속 적자를 고려하면 부담스러운 금액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자금 사정과 별개로 SK온의 투자는 이어지고 있는데요. SK온은 총 2025년까지 23조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 중인데 2011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9조2614억원을 사용했습니다. 2025년까지 13조원 이상이 더 투입됩니다.
 
특히 SK온은 2021년 포드와 5조1000억원씩 총 10조2000억원을 투자해 블루오벌SK를 설립하고 배터리 합작공장 3개를 짓기로 했습니다. 블루오벌SK의 지분 50%를 가진 미국 생산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를 통해 투자가 이뤄지는 형태죠.
 
결국 SK온은 지난해 12월 2조8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급한 불을 껐는데요. 이마저도 2조원은 지분 100%를 가진 SK이노베이션의 수혈입니다. 애초 지난해 말 SK온의 프리 IPO에서 사모펀드 대상으로 4조원 규모를 조달할 계획이었는데 8243억원으로 줄면서 SK이노베이션이 긴급 수혈에 나선 것이죠.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2월 1조원을 납입했고 이달 안으로 1조원을 추가 납입해야 합니다. SK이노베이션도 보유 현금이 넉넉지 않습니다. 물적분할 직전인 2021년 3분기 기준 3조1619억원에 달했는데요 현금의 대부분을 SK온에 몰아주면서 그해 말에는 1조858억원 정도로 줄었죠. 이후 지난해 3분기 기준 1조2330억원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 유상증자 대금 중 1조원을 납입하면서 재무적 압박이 상당히 심한 상태입니다. 단기적인 차입금 상환 부담이 매우 커졌기 때문이죠. 지난해 3분기 기준 차입금은 2조293억원입니다. 1년 내 갚아야할 차입금은 1조2606억원에 달합니다. SK온 지원을 위해 추가 차입금 조달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에 신용등급의 추가 하락까지 걱정해야 할 판입니다. SK이노베이션의 장기 신용등급은 2021년 AA+에서 지난해 AA로 하락했습니다. SK온의 프리 IPO의 실패로 신용등급 하향조정도 가능성이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이 추진하는 대규모 배터리 투자를 지속하고 재무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SK온의 현금창출 시점과 규모가 중요합니다. 현재 SK온은 지난해 기준 77GWh 수준인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5년까지 220GWh로 확장할 계획이지만 현재 수익성 측면에서는 경쟁사에 비해 크게 뒤처집니다.
 
SK온이 자체적인 영업수익으로 투자 금액을 충당할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결국 SK이노베이션의 차입부담은 지속해서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죠.
 
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이 차입금 갚는데 쓰이면 북미 배터리 공장에 써야 할 돈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며 "SK온이 당장 배터리 판매로 큰돈을 벌어들이지 못한다면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SK온 관계자는 "만기 도래 예정인 단기 차입금은 대부분 연장되고 일부만 상환될 계획이기에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며 "SK온은 SK이노베이션 유상증자 2조원을 비롯 자체적인 프리IPO로 8000억원을 넘어 최대 1조3000억원까지 진행하고 있고 이 외에도 다양한 자금 마련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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