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국방부 제공)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도발이 잇따르는 가운데 한미 국방부 장관이 회담을 열고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 등 확장 억제력 강화 방안 등을 협의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을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며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이 실제 핵우산 등 확장 억제력 실행에 나설 가능성이 낮아 한계가 분명하고, 혹여라도 실행될 경우 미국에 안보 의존도가 심화될 우려도 제기됩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31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청사에서 ‘국방부장관회담’을 열었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도발이 잇따르면서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 억제력 강화 방안 등을 협의하기 위해서입니다. 확장 억제력이란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동맹국이 적으로부터 핵공격을 당하면 핵을 가진 동맹국(미국)이 보복 공격을 해주겠다고 약속을 해주는 것입니다. 미국이 핵우산으로 지켜주겠다고 공약한 국가는 한국, 일본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뿐입니다.
양국의 국방부장관은 이번 회담을 통해 적시적이고 조율된 미국 전략자산 전개가 이뤄지도록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을 약속하는 등 확장 억제 실행력 강화를 위한 조치들을 공동으로 재확인해나가기로 했습니다. 또 한미일 3국 안보협력 강화를 위해 이른 시일 내 한미일 안보회의(DTT)를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작년 5월 한미 정상회담 및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합의한 대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대응하기 위한 동맹의 능력과 △정보공유 △공동기획 및 실행 △동맹 협의체계 등을 지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올해 연합연습 및 훈련의 규모와 수준을 더욱 확대·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 결과에 냉담한 반응입니다. 한국이 전술핵을 보유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양보를 기대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운 일이라는 한계라는 지적입니다.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도 한미 동맹 차원의 메시지만 내면서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입니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번회담은) 동맹에 방점을 찍는 것”이라며 “하지만 실질적으로 들여다보면 속 빈 강정이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부 전 대변인은 “문재인정부, 박근혜정부 등 이전 정부에서도 미국은 (확장 억제력와 관련해) 양보를 한 사례가 없다. 지금까지 안 된 데에는 핵의 성질상 (미국이 실질적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적의 공격에 따른 방어는 자주적으로 구축하고, 동맹 차원에서 안보를 다지는 방식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확장 억제력 강화에만 힘을 쏟을 경우 미국에 안보 의존도만 높일 우려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자주 국방은 우리 내부에서 삼축 체제를 강화해야 하는 것이고, (확장 억제력은) 한미 동맹 차원의 안보의 문제라 각각 따로 봐야 한다”며 “실제로 우리가 전술핵을 가진 것도 아닌데 어떻게 핵 공동 연습 등을 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