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민공감 3차 회의에서 권문일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장이 '연금개혁의 방향'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자문위)가 초안 합의에 진통을 겪고 있지만, 의견을 모은 지점도 있습니다. 국민연금을 내야 하는 나이(납입 연령)와 이를 받는 나이(수급개시 연령)를 일치해야 한다는 대목입니다. 현재 만 60세 미만인 납입 연령과, 오는 2033년 65세까지 상향될 수급개시 연령을 똑같이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덩달아 노동개혁의 ‘타임 스케쥴’도 기약 없이 늦춰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연금을 65세까지 납부하도록 조정하는 안이 논의되다 보니, 60세인 정년도 함께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정부가 추진하는 ‘3대 개혁(연금·노동·교육)’의 두 축인 연금개혁과 노동개혁은 서로 맞물릴 수밖에 없는, ‘동전의 앞뒤’ 관계에 놓여있다는 분석입니다.
연금개혁 무산 땐 정년연장 논의 '올스톱'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 소속 권문일 국민연금연구원장은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부모임 ‘국민공감’ 주최 세미나에 참석해 자문위 내에서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늘릴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데 양쪽이 차이가 없는 거 같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연금 가입 연령을 현행 59세에서 64세로 올릴 구체적 방안으로 정년 연장과 고령자 고용환경 개선 등이 제시됐다는 것이 권 원장의 설명입니다.
연금개혁이 정년 연장 문제와 결부되는 이유는 뚜렷합니다.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시점은 65세부터인데, 정년을 60세에 맞이하면 5년간 별도 수입 없이 지내야 하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정년을 올리면 일을 하면서 연금을 납부할 수 있으니, 연금 가입과 수령 시기의 간극을 좁히는 동시에 소득까지 올릴 수 있게 됩니다. 정책적으로 연금개혁과 노동개혁은 함께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셈입니다.
문제는 연금 고갈 시점은 다가오는데, 연금개혁 논의는 쉽사리 풀리지 않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가 지난 25일 발표한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결과(잠정)’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오는 2055년 모두 소진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5년 전에 내놓은 4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당시 소진을 예측한 시점인 2057년보다 2년 앞당겨졌습니다. 연금개혁을 통해 곳간을 채우는 작업이 더 촉박하게 진행돼야 하는 상황인 겁니다.
임금체계 개편 화약고…호봉·성과급제도 '뇌관'
그러나 지난달 말까지 연금개혁안 초안 마련을 목표로 했던 자문위는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제출 기한을 넘겼습니다. 자문위는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은 공감대를 이뤘지만, 소득대체율 상향에 대해 이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금개혁이 정년 연장과 긴밀하게 얽히면서 노동계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양상입니다. 정년 연장을 얘기하려면 임금체계 개편 문제도 함께 거론되기 때문입니다. 경영계는 정년을 연장하면 인건비 부담 가중이 불가피한 만큼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면 노동계는 임금체계 개편이 임금 삭감과 노동시간 연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호봉제와 성과급제 문제도 또 다른 뇌관입니다. 여러 해 근무한 공로에 따라 고령 노동자가 많은 임금을 받는 현행 체계가 유지되면 정년 연장은 사실상 실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년 연장을 위해서는 연공 중심 호봉제 대신 직무 성과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노동계는 직무 성과급제를 도입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결국 연금개혁과 노동개혁이 같이 가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꼭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