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최근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정보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일단 2년간의 표류 끝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는 점에선 큰 성과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하지만 규제 칼날이 여기서 그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논란이 컸던 '컴플리트 가챠(이중뽑기)' 금지 내용도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체부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몇몇 의원들이 '컴플리트 가챠'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번 게임법에 추가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일 정의당은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를 담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과 관련해 컴플리트 가챠 등에 대한 추가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일본에서도 컴플리트 가챠 금지를 시행 중인 만큼 국내도 사행성 도박에 가까운 게임들을 바로잡기 위해선 법적인 금지 조항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섭니다. 앞서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지난 30일 "게이머 보호를 위해 '컴플리트 가챠' 관리 및 감독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다"면서 "게임물이용자위원회 설치 역시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문체위 내부에선 컴플리트 가챠 금지안 필요성에 대해 얘기는 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 안건까지 추가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국회 문체위 관계자는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 비즈니스 모델(BM) 하나를 없애는 것에 대해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컴플리트 가챠 금지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고 언급한 의원들이 4~5명 정도 있었다. 통상 법안소위는 통상 전원합의제여서 한명의 의원이라도 반대하면 통과가 어려워지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컴플리트 가챠 안건까지 추가로 내놓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국게임학회는 "이번 개정안은 그렇게 심각한 제재 내용이 들어있는 법안은 아니다"라며 "게임사가 이미 자율적으로 공개하고 있는 확률이 정확하다면 게임사에 아무런 제재를 가할 수 없는 법안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현재 컴플리트 가챠를 놓고선 문체부가 문체위에 해외 사례를 검토해, 정돈된 입장을 보고하기로 한 상태입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지난 2012년 컴플리트 가챠의 지나친 사행성 조장이 문제가 되면서 업계 자율규제 형태로 금지했고, 지난 2020년부터는 소비자청 고시에 의거해 규제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2019년에 판호 규정을 개정하며 확률형 아이템 확률 표기 방식을 기존 백분율에서 시도 횟수로 표기하도록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국내 게임사들 다수는 확률형 아이템에 편중된 BM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을 중심으로 확률형 아이템 과금 논란이 커지면서 트럭시위로 번지기도 했는데요. 업계에선 컴플리트 가챠 금지 법안까지 법안에 포함될 경우 큰 타격이 가해질 회사로
엔씨소프트(036570)를 지목했습니다. 엔씨소프트의 대표 게임인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리니지 시리즈에서 컴플리트 가챠로 대규모 과금을 유도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바 있습니다. 넥슨의 경우 이달 초 '메이플스토리'에서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거나 확률을 속인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제재 의견이 담긴 심사보고서(공소장격)를 받은 상태입니다.
컴플리트 가챠가 적용된 게임들 다수는 과금 유도뿐 아니라 세세한 확률 공개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로 꼽힙니다. 리니지2M을 예로 들면 최상급 아이템 '신화 무기'를 만들려면 고대의 역사서 1장부터 10장까지 모아야하는데 각각의 확률이 공개되지 않습니다. 다만 트럭시위 등 논란이 인 이후 시점인 2021년부터 자율규제 원칙 하에 확률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넥슨은 신작에 확률형 아이템을 빼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는 반면 엔씨는 나아지지 않았다"면서 "엔씨는 컴플리트 가챠 시스템에 의한 수익 비중이 큰 만큼 만약 규제에 포함되면 수익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체회의를 통과한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은 상임위에 이어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 문턱까지 왔습니다. 오는 23일 예정된 법사위를 통과하면 24일 본회의에서 법안이 상정됩니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정부가 초반에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대한 의지를 보인 만큼 통과까지 무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