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재계 5대그룹으로 꼽히는 롯데그룹이 신성장동력의 부재로,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습니다.
5대그룹 내에서 롯데의 실적 비중과 고용인원이 줄고 있는 것을 보면 그만큼 경영환경이 어렵다는 방증이겠죠. 기존의 주력사업은 부진의 터널을 지나고 있지만, 현재의 경영환경을 타개하기 위한 신성장동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13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포털에 따르면 국내 5대그룹(삼성·SK·현대차·LG·롯데) 중 롯데의 매출 비중이 매년 줄고 있습니다. 간판사업이 위축된 상황에서 고성장이 기대되는 신사업이 부재한 까닭으로 풀이됩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2021년 기준 5대그룹 중 롯데의 매출 비중은 6.7%를 기록했는데, 이는 2015년 8.9%, 2019년 7.7%, 2020년 6.8%에서 지속 감소세입니다.
기업의 성장세를 파악하는 핵심 지표는 매출 추이입니다. 롯데는 2015년 68조2830억원에서 2016년 73조9730억원, 2017년 72조1812억원, 2018년 73조4302억원으로 매출을 늘렸지만, 2019년 65조2713억원, 2020년 56조4045억원으로 규모가 크게 줄었습니다. 2021년에는 65조1009억원까지 끌어올렸지만 다른 대기업에 비해 회복이 더디면서 매출 비중이 더 떨어진 겁니다.
같은 기간 5대그룹 중 롯데의 영업이익 비중은 3.6%(3조608억원)로 2015년 8.4%, 2019년 8.2%에서 크게 줄었네요.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점은 롯데의 비중이 전년도에 3.0%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소폭 증가한 점입니다.
(그래픽=김선영 디자이너)
유통 소비심리도 실적도 '먹구름'
5대그룹에서 롯데의 존재감이 미약해진 것은 주력사업의 부진 때문으로 보입니다. 유통군은 사드사태, 반일 불매운동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겪으며 체력이 약해진 상태입니다.
롯데 유통의 핵심인
롯데쇼핑(023530)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89.9% 증가한 394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사업부별로 뜯어보면 수익의 대부분이 백화점에 몰려 있다는 것을 알수 있죠. 백화점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4980억원으로 42.9% 신장하며 희망을 살렸지만 4분기만 놓고 보면 1년전보다 13.7% 감소했고요. 고금리, 고물가 등의 영향으로 소비심리 위축이 본격화하는 모양새입니다.
e커머스(롯데온)와 슈퍼, 하이마트 사업부는 각 1560억원, 40억원, 52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홈쇼핑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23.5%나 빠졌습니다. 또 부동산 침체에 따른 가전수요 감소와 한샘 투자주식에 대한 손상차손(6000억원) 반영으로 297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적자 폭도 확대됐습니다.
그동안 롯데는 유통부문이 위축되면 또 다른 축인 화학부문이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줬지만 지금의 상황은 다릅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석유·화학 시황 악화로 무려 758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습니다. 당기순이익도 411억원으로 97.1% 줄었고요.
롯데케미칼이 연간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2년 롯데그룹 계열 호남석유화학과 케이피케미칼이 합병해 지금의 통합법인으로 공식 출범한 이후 처음입니다. 그리고 현재로선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라 흑자전환 시점을 예상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5대그룹 중 고용 감소 '유일'
매출 감소는 고용 감소로도 이어집니다. 롯데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진 10만명 넘게 고용했었습니다. 하지만 2019년 9만1748명, 2020년 8만4295명, 2021년 8만3689명으로 줄고 있네요. 이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가 희망퇴직을 단행한 영향으로 보입니다. 지난해에는 롯데면세점과 롯데하이마트가 체질개선을 위한 희망퇴직을 실시한 만큼 종업원 수는 더 줄어들 것으로 여겨집니다.
5대 그룹 중 고용이 감소세를 나타낸 곳은 롯데가 유일합니다. 삼성의 경우 최근 5년(2017~2021년)간 종업원 수가 줄곧 증가세를 이어가며 26만7305명까지 늘었습니다. SK, 현대차, LG 역시 각 11만7590명, 17만5071명, 15만9594명으로 늘고 있고요.
롯데 신사업, 강력한 인상 못남겨
상황이 이러니 롯데의 신성장동력 부재는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점 중 하나입니다. 삼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현대차 '수소차', SK·LG는 '전기차 배터리'에 집중하며 성장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롯데는 아직 뚜렷한 인상을 남긴 것이 없죠.
세계 경제 위기에 따른 대외 여건이 악화되는 가운데 롯데가 미래 성장을 이어가는데 적신호가 켜졌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쯤되면 업계와 롯데 안팎에서는 인적쇄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죠. 결국 지난해 말 신동빈 롯데 회장은 대외 경영환경 악화, 신성장동력 부재 등에 대한 부담을 의식한 듯 세대교체와 외부수혈에 초첨을 맞춘 파격적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다만 워낙 보수적인 그룹 분위기 탓에 이번 인사가 긍정적 효과를 낼지, 아니면 이전의 모습을 답습할 지는 두고 봐야 겠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다른 그룹에 비해 신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기존 사업에 주력하다 보니 외형적 성장이 미흡했다"고 말했습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