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28일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국방부 정례 브리핑 할 때의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쓴 책 '권력과 안보'에는 천공의 관저 답사 의혹에 대한 내용에만 한정돼 있지 않습니다. 문재인정부에서 국방부 운용에 대한 그의 비판적인 시각도 엿보였는데요.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국방부 대변인이었던 부 전 대변인은 남북·한미 관계 사안에서 국방부가 독자적인 입장을 내보이기 쉽지 않았다며 답답함과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책 '권력과 안보'는 부 전 대변인이 재임 500일 동안 쓴 일기를 주제별로 구성했습니다. 책 내용을 보면, 부 전 대변인은 국방부가 독자적 입장을 내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21년 3월16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한미연합훈련 비난 담화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꼽았습니다. 부 전 대변인은 당시 "김여정 담화와 관련해 국방부는 우려를 표명할 예정이었으나 막판에 그 의견이 완전히 지워졌다"고 적었습니다.
부 전 대변인은 "보수 정권이라면 답변이 쉬웠을 것이지만, 현 정부에서는 상당히 정제돼야 하므로 먼저 국방부와 안보실이 소통해 입장을 조율했는데 수시로 단어와 문구가 변경됐다"고 밝혔는데요. 그는 "물론 소통은 중요하지만 소통이라기보다는 안보실에서 일방적으로 문구를 조정한다"며 "어느 정도 국방부 의견이 반영돼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부 전 대변인에 따르면, 북한 선박이 지난해 3월8일 북방한계선(NLL) 월선 뒤 나포돼 처리할 때도 군의 생각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부 전 대변인은 "누구라고 밝히긴 어렵지만, 위에서는 '왜 나포했냐'며 역정을 내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어이 상실"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는 당시 군은 절차대로 합동심문조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위쪽에서 '빨리 송환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을 국방부로 보냈다"고 전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