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56차 중앙통합방위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이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로써 이 장관은 헌정사 최초 '탄핵소추 장관'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습니다. 이 장관의 직무정지가 현실화되면서 여야의 대치 정국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석의원 293명 중 찬성 179표로 통과시켰습니다. 반대는 109표, 무효는 5표이었습니다. 국회 과반 의석을 둔 민주당(169석)을 비롯해 탄핵소추안을 공동발의한 정의당(6석), 기본소득당(1석) 등 야당 의원들 대부분 찬성하고,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안건을 회부하자고 제안했지만 부결됐습니다.
이상민 곧바로 직무정지…차관 대행체제 전환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는 헌정사상 처음입니다. 박근혜정부 때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 문재인정부 때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총 6번의 탄핵소추안 발의가 있었지만 모두 폐기되거나 부결됐습니다.
야 3당이 탄핵안을 추진하게 된 데에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이 장관이 재난과 안전관리 업무 주무장관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국회 국정조사 등에서 위증을 하고 유가족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한 점도 지적됐습니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에 따라 이 장관은 헌법재판소로부터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직무상 권한이 정지됩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한창섭 차관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이 장관의 직무를 한 차관이 메워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겁니다. 또 헌법재판소는 국회로부터 소추의결서를 제출받은 뒤 최장 180일간 탄핵안을 심리하게 됩니다. 9명의 재판관 가운데 6명의 찬성으로 탄핵안이 인용되면 이 장관은 파면됩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로텐더홀 계단에서 탄핵안 강행처리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통령실 "부끄러운 역사" 반발…정국 '시계제로'
이 장관의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정국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 장관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자마자 곧바로 비판 성명을 내고 규탄대회를 열었습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오늘 국회는 무소불위로 권력을 휘두른 민주당 의회 폭거의 장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대통령실도 이 장관 탄핵안이 가결되자 "의회주의 포기"라며 "의정사에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국회정각회 신년법회 사전 차담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장관 탄핵 추진에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되는 것이 없고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 (탄핵을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의 입장 표명에 즉각 반발했습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열린 입이라고 아무 말이나 지껄이지 말라"며 "윤석열정권이야말로 헌정사에 가장 부끄러운 정권이 될 것"이라고 강하게 맞섰습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뉴스토마토>와 한 통화에서 "야 3당이 같이 이 장관에 대한 탄핵안을 추진한 것 자체가 앞으로 야당이 윤석열정부와 사실상의 전면전에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며 "여야가 결국 극한 대치로 가면서 최소한 내년 총선까지는 정치의 복원 또는 정치의 귀환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전망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