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가 K-팝의 원조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전격 결정했습니다. SM엔터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가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면서 'K-팝 공룡 기획사'의 탄생을 앞두게 된 것입니다. 

 

하이브(352820)는 10일 공시를 통해 이 전 총괄프로듀서의 보유 지분 14.8%를 4228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7일 유상증자로 SM엔터(에스엠(041510)) 지분 9.05%를 확보하며 2대 주주에 오른 카카오(035720)를 제치고 단숨에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된 것입니다. 

 

하이브는 "양사의 글로벌 역량을 결집시켜 세계 대중음악시장에서 게임 체인저로 도약하기 위함"이라고 이번 인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K-팝 산업의 선두주자이자 개척자인 두 회사가 손을 잡는다면 K-팝의 위상을 높이는데 시너지가 날 것이라 판단했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하이브가 SM엔터에 투자를 결정한 결정적 배경에는 이 전 총괄프로듀서와 SM엔터 현 경영진과의 분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이브 측은 "하이브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방시혁 의장과 이 전 총괄프로듀서가 이번 계약에 앞서 K-팝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나눴고, 그 결과물 중 하나로 이번 주식양수도계약(SPA)이 이뤄졌다"고 전했습니다. 쉽게말해 방 의장이 이 전 총괄프로듀서의 백기사로 나선 셈입니다. 

 

 

방 의장은 평소 "하이브는 (이수만) 선배님께서 개척하고 닦아오신 길에 레드카펫을 깔아주셔서 꽃길만 걸었다"고 언급할 정도로 이 전 총괄프로듀서와 상호 간에 존중과 존경의 관계를 표명해 왔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이 전 총괄프로듀서가 올해 초 선포한 ‘Humanity and Sustainability’ 캠페인에 깊은 공감을 표하며 당시 일련의 사태로 칩거하며 고심 중이던 이 전 총괄프로듀서에게 지속가능한 K-팝의 영향력 활용을 함께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합니다. 이 전 총괄 프로듀서도 방 의장이 음악인으로서 문화의 가치를 알고 K-팝이 가야 할 미래 방향에 대한 철학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고 판단해 적극적인 지지를 보낼 결심을 했다고 합니다. 

 

하이브는 이 전 총괄프로듀서의 지분 확보에 그치지 않고 소액주주들의 지분 공개매입도 추진합니다. 최대주주 보유 지분 인수가와 동일한 주당 12만원에 소액주주의 지분을 사들이겠다는 계획입니다. 전일 종가 기준 SM엔터의 주가는 9만8500원인 것을 감안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소액주주들과도 공유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공개매수를 위한 자금조달 등 제반 절차는 이미 완료됐다고 합니다. 

 

하이브의 이 같은 결단에 이 전 총괄프로듀서도 적극적인 지지를 표하고 있습니다. 앞서 SM엔터와 개인회사 라이크기획 간 계약 해지를 결정했던 이 전 총괄프로듀서는 하이브와의 합의 과정에서는 라이크기획과 SM엔터 간 계약 종료일로부터 3년간 일몰조항에 따라 지급되는 일부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개인 차원에서 보유하고 있던 SM엔터 관계사 지분도 하이브에 양도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계약에 대해 방 의장은 "하이브는 이수만 선생님께서 추진해 오신 메타버스 구현, 멀티 레이블 체제 확립, 지구 살리기를 위한 비전 캠페인과 같은 전략적 방향성에 전적으로 공감했다"며 "하이브의 역량을 투입해 글로벌 시장에서 K-POP의 위상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