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신유미 기자] #. 직장인 A씨는 최근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변동됐다는 문자를 받아보고 당황했습니다. 최근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내리고 있다는 소식에 대출 이자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는데요. 지난달까지 136만원을 낼 때까지만 해도 버텨보자는 심정이었지만, 183만원으로 늘어난 상황입니다. A씨는 "은행들이 금리를 내리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는데 이자는 왜 더 늘어나는지 모르겠다"며 황당해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일 하락하면서 이자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달 들어 인터넷전문은행을 중심으로 일부 주담대 최저금리가 3%대에 진입하고 있고, 앞으로도 추가 하락의 여지가 있어보입니다. 하지만 이자 부담을 호소하는 차주들의 원성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올 들어 대출금리 인하분은 신규 대출을 받은 차주들에게만 해당되기 때문에 과거 대출을 받은 차주들은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인벵 금리 하단 4%대, 지방은행 3%대
인터넷은행 케이뱅크 아파트담보대출(아담대)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연 4.04%~5.04(5년 고정 뒤 변동금리로 전환)을 기록했습니다. 기준금리 4.02%에 가산금리로 0.02~1.02%를 더한 결과인데요. 기준금리가 오르며 4% 선을 넘어갔습니다만, 3% 진입이 임박해 보입니다.
카카오뱅크(323410)도 마찬가지입니다. 카카오뱅크도 혼합형(5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 주담대 금리는 4.11%~6.28%를 기록했습니다. 케이뱅크와 같이 얼마 전 금리 하단이 3%에 들어섰다가 다시 상승하면서 4%대에 진입했습니다.
지방은행들은 특판 형식으로 3%대 상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광주은행은 비대면 전용 상품인 'KJB모바일 아파트대출'을 다음달 31일까지 총 100억원 규모로 판매합니다. 최대 우대금리 한도가 2.7%포인트이고, 이를 모두 적용하면 최저금리가 연 3.7%까지 내려갑니다. BNK부산은행도 총 6000억원 규모로 주담대 특판을 내놨는데요. 특판 우대금리는 0.5%포인트로 총 1.3%포인트까지 우대받을 수 있어 3%대가 가능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변동금리 기준' 코픽스 하락세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변동금리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지표 금리로 삼는 만큼 오는 15일 공시되는 1월 코픽스가 예·적금 금리 하락을 반영해 떨어지면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내려가게 됩니다.
코픽스는 NH농협·신한·우리·SC제일·하나·기업·KB국민·한국씨티은행 등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인데요.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될 때 이를 반영해 상승하거나 하락합니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지난달 12월 기준 코픽스가 하락한 점을 반영해 대부분 대출금리를 인하한 바 있습니다. KB국민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의 경우 코픽스 발표 다음날인 지난 17일 주담대 변동금리를 전일대비 0.05%p포인트 인하한다고 공지했습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4.86~6.40%로 집계됐습니다. 불과 지난달 6일 기준 연 5.08∼8.11%였던 걸 감안하면 0.22%~1.71%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이날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국민은행 4.86~6.26%(6개월) △신한은행 4.90~5.80% △우리은행 5.60~6.40%(1년) △하나은행 5.429~6.029%이고, 고정금리는 △국민은행 4.08~5.48% △신한은행 4.71~5.62% △우리은행 5.04~6.04% △하나은행 4.214~4.814%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기존 차주들 "딴 세상 얘기"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인하 기조를 보이고 있지만 기존 차주들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입니다. 6개월마다 금리가 변동되는 기존 대출 차주는 오히려 금리가 올랐기 때문입니다. 대출 금리 인하는 신규 대출자에 한해서만 체감할 수 있어 기존 차주들의 부담은 줄지 않고 있습니다.
주담대 변동금리는 전월 기준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에 은행 가산금리를 더해 6개월마다 한 번씩 바뀌는데요. 지난해 11월 중순까지 예금금리가 폭등하면서 12월 발표된 코픽스(4.34%)도 덩달아 사상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지난해 6월(1.98%)과 비교하면 반년 만에 2.36%p 올랐습니다.
금리가 떨어지기 전 지난해 말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차주들은 올 상반기가 지나야 하락분이 신규 금리에 반영돼 인하를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대금리 항목을 확대해 가산금리를 낮추는 방식의 금리 인하도 신규 대출 차주를 대상으로 적용돼 기존 차주들에겐 효과가 없습니다.
기존 대출을 상환하고 신규 대출을 받기도 쉽지 않습니다. 통상 만기 전 대출을 해제할 때 잔액의 0.7~1.4%의 중도상환수수료가 발생합니다. 대출액이 크다면 금리 인하로 인해 줄어들 이자보다 중도상환수수료가 많을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공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시중은행들이 최근 중도상환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를 감면하고 나섰는데요. 취약 차주나 고령층 고객에 제한된 것이어서 대부분의 차주는 혜택 대상이 되질 않습니다.
이종용·신유미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