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한 조현동 외교부 1차관과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13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 DC에서 회담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연합뉴스 사진)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한일 외교차관이 13일(현지시간) 2시간반 가량 강제징용 해법 등에 대해 협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제3자 변제' 방식의 배상에 관해 일본 전범기업의 기금 출연 등이 주로 논의됐지만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국은 오는 18일 열릴 것으로 보이는 외교장관 회담에서 관련 논의를 이어갈 예정인데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됩니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 DC에서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접점을 찾았는가'라는 질문에 "아직 찾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회의가 길어진 이유에 대해서도 "회의가 길어졌다는 것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논의가 길어졌다는 것은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다는 이야기도 된다"며 "협의를 더 해야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일본 전범기업 기금 출연' 협상 난항
우리 정부는 일본 측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표명하며 '성의 있는 호응'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데요.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에서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관련해 지난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거론하며 "선언에 통절한 반성과 사과의 내용이 나와 있는데 (일본이) 그것을 포괄적으로 계승할 경우 그 내용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이전 과거사 관련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밝히게 되면, 이를 우리 정부가 수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겁니다.
또 우리 정부는 정부 산하 재단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대신 변제하는 이른바 '제3자 변제' 방안을 일본 측에 제시한 상태입니다. 이어 일본의 전범기업이 기금 조성에 참여하기를 요청했는데요. 일본은 '제3자 변제' 방안 취지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전범기업의 직접적인 배상 관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습니다. 조 차관은 '일본의 전범기업을 재단 기금에 참여시키는 문제가 제일 큰 쟁점인가'라는 질문에는 "일본 측이 특히 언론 보도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게 보고 있다"며 구체적 답변을 피했습니다.
뮌헨안보회의 계기로 한일 외교장관 회담 가능성
다만 한일 양국은 오는 18일 뮌헨안보회의를 계기로 열릴 가능성이 있는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강제징용 관련 협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입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박진 장관은 이번 주 뮌헨 안보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며 "그 계기에 일본 외무상도 참여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일본 교도통신은 한일 외교장관이 18일에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습니다.
한일 외교차관에 이어 외교장관 회담까지 진행된다면 양국의 고위급 회담이 연이어 진행되는 것으로, 일각에서는 강제징용 협상이 막판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뉴스토마토>와 한 통화에서 "정부가 이달 안에 결론을 내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체적으로 일본 전범기업의 기금 참여는 어려운 것으로 결론이 난 것 같다"고 전망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