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 보도자료 왜 냅니까' 물으니 "브랜드 인식 제고"

생활 습관부터 사교육 인식까지 설문 다양
데이터 가치 창출로 신뢰도 제고 목적 커
시급한 문제 도출되면 공유해 개선하기도

입력 : 2023-02-14 오후 5:00:24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기업 보도자료에는 통계가 많습니다. 소비자 생활 습관부터 유행에 따른 서비스 수요 등 주제가 다양한데요. 이런 자료의 경우 설문조사 결과를 자사 제품 기능과 연관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자료 발표가 사실 매출에 직접적으로 주는 영향은 없다고 기업들은 말합니다. 당장의 매출보다는 소비자 수요 조사와 브랜드 각인이라는 두 토끼를 잡으려는 데 통계자료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설명입니다.
 
기업들이 최근에 낸 자료를 살펴봤습니다. 주방가전 기업 쿠첸은 최근 20대~40대 1272명에게 '집에서 식사할 때 밥을 먹는 유형(외식·배달 제외)'을 물었더니 '직접 취사한 밥을 먹는다'는 응답이 76.2%(969명)에 달했다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이 가운데 '취사한 밥이 맛있어서(24.7%)' 집에서 지어 먹는다는 답변이 많았습니다.
 
쿠첸은 발표 자료 말미에 "집밥을 먹을 때는 여전히 직접 밥을 취사해 드시는 경우가 많다"며 냉동 보관에 최적화된 '냉동보관밥' 기능을 소개했습니다. 취사 후 남은 밥을 '소분해 냉동 보관한다'는 응답이 54.7%에 달한 점을 자사 제품 기능과 연관지은 겁니다. 취사 밥을 먹는 이유 가운데 가성비(12.7%)와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10.9%) 등 가치 소비에 대한 인식이 영향을 주는 점도 내세웠습니다.
 
기업들은 각종 설문과 데이터 발표가 매출 증대로 이어지지 않지만, 브랜드 신뢰도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업계의 경우 ‘20대 아르바이트 평균 임금’처럼 대규모 회원을 통해 유의미한 데이터를 도출해 신뢰도를 높인다. (자료=잡코리아)
 
교육업체에선 고물가에 다른 학부모도 사교육비는 안 줄인다는 인식을 통계로 보여줬습니다. 윤선생은 지난달 고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학부모 824명 가운데, 가계 지출을 줄인 뒤 사교육비를 '이전과 비슷하게 유지한다'는 응답이 71.1%로 가장 많았다고 했습니다. 지금 교육업계는 새학기를 준비하는 학부모 설명회와 무료 상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YBM넷은 휴넷과 스페이스클라우드의 MZ 세대 설문 조사를 인용해 '갓생' 열풍을 반영한 자사 서비스를 권했습니다.
 
그래도 기업들은 설문조사 발표가 매출에 주는 영향이 적다고 합니다. 시장 조사도 하고, 기자와 소비자가 관심 가질 만한 내용을 알려 브랜드 가치도 올리는 목적이 크다는 설명입니다.
 
한 가전업체 관계자는 "설문 보도가 매출에 직·간접적 영향을 주진 않는다"며 "설문 조사 자료에 자사를 노출하는 건, 기자와 소비자가 관심 있을 만한 내용으로 브랜드를 각인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설문조사는 결국 소비자 조사여서 브랜드 입장에서는 최근 고객의 수요나 페인 포인트(불만)에 대해 알 수 있고, 새로운 결과도 확인할 수 있어 정보로서 가치 있기도 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플랫폼은 통계가 훨씬 다양합니다.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는 최근 신입직 구직자 취업 목표 1위가 중견기업이라는 조사 결과를 냈습니다. 알바몬은 20대 아르바이트 근로자 소득이 월평균 약 67만원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류 플랫폼 트레드링스는 월간 수출 트렌드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세계 해운 컨테이너 단기운임 지수인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와 한국형 운임지수(KCCI), 자사 분석 평균 운임 추이를 비교합니다. 주요국와 항구 별 선박 대기 시간과 혼잡도 변화도 보여줍니다.
 
플랫폼 업체가 통계 발표로 기대할 수 있는 실익은 신뢰도 상승입니다. 대규모 사용자로 추출할 수 있는 데이터가 다양하므로, 플랫폼 존재의 이유와 필요성을 보여줍니다. 장기적으로 새 회원 유입이라는 간접 효과도 노릴 수 있습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통계 마케팅을 펴는 이유에 대해 "개선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정보가 도출되면 공개해 더 많은 사람의 공감대를 모아 문제점을 개선시키는 목적이 있다"며 "시장의 현상을 다른 시점으로 볼 때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을 경우, 단순 공유하는 차원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데이터 홍보'의 가장 큰 이유는 고객 신뢰 확보입니다. 그는 "특히 기업을 상대로 하는 B2B 플랫폼은 고객의 신뢰가 확실한 시장 경쟁력으로 연결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IBM은 2020년 전 세계 최고 경영자 1만3500명을 조사한 '글로벌 최고 경영진 연구(IBM C-suite Study)' 결과, 기업이 고객·직원·생태계 파트너로부터 데이터와 관련해 높은 신뢰를 받을 때, 보다 확실한 시장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습니다.
 
데이터로부터 가치를 창출해 경쟁력으로 만드는 데 앞장 선 '혁신 그룹'은 전체 응답자의 9%였습니다. 혁신 그룹은 다른 기업에 비해 최고 165% 높은 매출 신장률과 163% 높은 수익성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투명성·호혜성·책임이 데이터 활용과 처리에서 신뢰 구축의 핵심임을 이해하므로, 데이터로 고객 신뢰도 얻고 의사결정 문화도 조성한다고 합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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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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