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주혜린 기자] 간호사 처우개선 등을 담은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보건복지부에도 불똥이 튀었습니다. 의료계가 필수의료 대책과 의대 정원 확대 등을 논의하는 '의료현안협의체'를 잠정 중단하기로 해, 복지부로서는 난감한 입장입니다.
또 복지부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따른 약 배송, 플랫폼 운영 방안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힌데 대해 약사단체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갈등이 확대되는 양상입니다.
15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에 따르면 오는 16일 오후로 예정됐던 '의료현안협의체' 3차 회의가 미뤄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의협이 지난 9일 간호법 제정안 본회의 부의가 결정된 뒤 정부와 필수의료 분야 지원 강화 및 의료체계 개선을 논의하기 위해 2년여 만에 재가동한 의료현안협의체를 잠정 중단했습니다.
복지부와 의협은 지난달 30일 의료현안협의체를 처음 개최한 후 매주 협의체를 가동하며 논의를 이어왔습니다. 오는 16일 3차 회의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의협 집행부는 의료현안협의체 참여를 중단하겠다고 복지부에 통보했습니다.
이번 회의 연기는 의협이 간호법 제정안 등의 국회 본회의 직회부에 반발하고 나선 데 따른 것입니다. 앞서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간호사 처우 개선과 업무 범위 등을 담은 간호법 제정안을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했습니다.
의협은 지난 13일 다른 보건의료단체들과 함께 간호법 저지를 위한 총력투쟁을 선언했고 오는 18일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어 간호법 등의 국회 통과를 막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의료현안협의체 멈추면서 필수의료 지원책 마련과 비대면 진료 법제화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복지부는 시급한 과제인 의대 증원과 현 정부 국정과제이기도 한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를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의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복지부 관계자는 "오는 16일로 예정된 대한의사협회와의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는 잠정 연기됐다"며 "추후 일정을 잡기 위해 의협과 계속 소통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약사단체는 최근 복지부가 비대면 진료에 따른 의약품 배달 추진 의사를 밝힌 데 대해 "독선적이고 안이한 정책 발상"이라며 규탄하고 나섰습니다.
복지부는 비대면 진료와 함께 약 배송 제도화를 병행하는 방안을 구상 중입니다. 앞서 지난 9일 복지부와 의협은 ‘의료현안협의체’ 제2차 회의를 열고 한시적으로 허용 중인 비대면진료의 추진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박민수 차관은 지난 8일 간담회에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 타임스케쥴이 정확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질문에 "의정협의에 영향을 줄까봐 조심스러워 그렇다. 대체로 서로 공감이 많이 됐다. 몇 가지 아주 불만족스러운 내용만 추가 동의하면 합의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어 "약 배달은 약사회와 논의가 안됐지만 약 배달이 빠진 비대면 진료는 국민의 불편이 가중되며, 모든 비난의 화살이 약사회로 향할 것이라는 말에 약사회도 수긍하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대한약사회는 지난 14일 입장문을 통해 "복지부가 (약사회와) 어떠한 협의도 진행하지 않은 채 약배달을 기정사실화 했다"며 "그동안의 의약품 관련 정책 협의 과정을 깡그리 무시한 행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대한약사회를 협의 대상이 아닌, 이미 짜여진 각본대로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난했습니다.
이와 함께 약사회는 비대면 방식 진료의 최종 결과물인 전자처방전의 신뢰와 악용 방지 원칙 마련과 플랫폼 기업만을 위한 한시적 고시 즉각 철회 등을 요구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의료계가 필수의료 대책과 의대 정원 확대 등을 논의하는 '의료현안협의체'도 중단 위기를 맞았습니다. 사진은 간호법 제정 촉구 결의대회. (사진=뉴시스)
세종=주혜린 기자 joojoos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