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챗GPT' 고민 빠진 교육계, 교수도 찬반 엇갈려

대학가 '챗GPT' 화제…온라인서 과제 활용 후기 잇따라
일부 교수 부정 반응 "AI 답안 제출하면 부정행위 간주"
'챗GPT' 활용 의견도…"정보 구분·판단 능력 길러줘야"

입력 : 2023-02-15 오후 3:39:18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인공지능(AI) 챗봇 '챗GPT'의 사용이 순식간에 확산되면서 교육계가 고민에 빠졌습니다. 학생들이 과제·시험 등에 '챗GPT'를 활용해 대필·표절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과제의 비중이 높은 대학가에서는 이를 악용하지 않도록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과 적극 활용하겠다는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대학가, '챗GPT' 과제 활용 온라인 커뮤니티서 화제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서 '챗GPT'가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챗GPT'는 미국의 AI 전문 회사인 'OpenAI'가 공개한 AI 챗봇으로 사용자가 대화창에 텍스트를 입력하면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사용자가 텍스트를 적었을 때 다음 텍스트가 무엇인지 예측하면서 글을 생성하는 모델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학생들이 이를 과제나 시험 등에 오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챗GPT'를 과제 등에 활용했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계절학기 보고서를 '챗GPT'로 (작성해) 냈다. 결과는 A+"이라는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습니다. 경희대 에브리타임에도 한 재학생이 "'챗GPT'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사회진출지원센터에 제출했더니 '잘 썼다'는 피드백을 받았다"고 적었습니다.
 
지난달 말 수도권의 한 국제학교 학생들은 '챗GPT'를 이용해 영문 에세이 과제를 작성한 뒤 제출했다가 적발돼 전원 0점 처리되기도 했습니다.
 
이화여대 재학생인 A씨는 "어떤 학생이 '챗GPT'로 작성한 과제물을 내서 좋은 성적을 받으면 스스로 과제를 한 다른 학생들만 바보가 되는 것 아니냐"며 "'챗GPT'를 사용하자니 양심에 찔리기도 하고 들켜서 0점 처리될까봐 두렵다. 하지만 사용하지 않아 나만 과제 성적을 낮게 받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교육계가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 사용 확산으로 고민에 빠졌습니다. 사진은 지난 2020년 5월 대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챗GPT'로 비판적 사고 없이 받아들인다면 큰일"
 
이에 일부 대학은 대책 마련에 돌입했습니다. 서울대는 근래 교내 AI 연구원과 함께 '챗GPT'를 활용한 부정행위를 방지하고자 툴 개발 등 대책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세종대의 경우 '챗GPT'를 학습용으로 참고하는 것은 무방하지만 리포트로 제출하다 적발되면 부정행위로 간주해 F학점을 부여하는 방침을 학생들에게 안내할 예정입니다. 다른 몇몇 대학들도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성적을 매기는 교수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입니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올해 1학기 강의계획서에 '공부하는 과정에서 챗GPT 등 AI를 활용할 수는 있지만 AI를 활용해 생산한 답안을 자신이 쓴 것처럼 제출하면 부정행위로 간주하겠다'는 문장을 추가했습니다.
 
서울 지역 한 대학의 교수도 "'챗GPT'가 잘못된 정보나 한쪽으로 편향된 지식을 전달해 학생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봐 우려된다"면서 "또한 '챗GPT'가 주는 정보를 학생들이 아무런 비판적인 사고 없이 받아들인다면 큰일이다. 이러한 부분을 최대한 막는 방향으로 지도하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챗GPT' 활용 의견도…"미래 사회 AI 활용 중요, 능력 길러야"
 
반면 이경전 경희대 경영대학 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는 올해부터 '챗GPT'를 활용한 시험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 교수는 "어차피 AI를 활용하는 게 중요한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며 "이를 잘 사용하고 적응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시험에 '챗GPT'를 이용해도 된다는 건 그런 의미"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챗GPT'도 많은 오류가 있다. 세상의 모든 일을 '챗GPT'가 다 해결할 수는 없다"면서 "그렇다면 결국 사용자가 오류나 진실·거짓 등을 정확히 알고 구분하는 판단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고 이러한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려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챗GPT' 등 기술 발전에 맞춰 교수의 역할도 변해야 한다는 견해까지 나옵니다. 정세근 충북대 철학과 교수는 "이전 인터넷의 발달과 최근 '챗GPT' 등으로 인해 지식이 기본인 사회가 됐다"며 "이런 사회에서 교수들은 단순 지식 전달이 아니라 그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 토론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비판적인 사고를 기를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교육계가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 사용 확산으로 고민에 빠졌습니다.(이미지 = 'OpenAI' 홈페이지 캡처)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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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