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검찰이 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대장동·위례 개발사업 특혜 비리의 몸통을 이 대표로 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이날 이례적으로 검찰총장까지 나서서 구속영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구속의 사유와 증거를 검찰이 충분히 확보했다는 자신감으로 보입니다.
이번 구속영장의 핵심은 배임액이 초기 수사팀이 산정한 금액에 비해 대폭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검찰은 이 대표의 배임액을 4895억원으로 계산했습니다. 이는 2021년 초기 수사팀이 배임액을 최소 651억원으로 산정했을 때 보다 7.5배가 늘어난 수치입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1·3부(엄희준·강백신 부장검사 )는 이날 "수사를 통해 녹음파일, 성남시 등 각종 지시·보고·결재·문건, 이메일 등 객관적 증거와 이에 부합하는 사건 관계자들의 일관되고 일치되는 진술 등 물적·인적·증거가 충분하다"며 "본인과 측근을 통해 인적·물적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구속영장 청구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관악구 조원경로당에서 난방비 지원 점검 방문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배임액 다르게 산정하니 '651억→4895억'
초기 수사팀과 달리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새로 구성된 이번 수사팀은 당초보다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배임액을 산정했습니다. 1차 수사팀이 배임액을 분양가 기준으로 잡았다면, 2차 수사팀은 적정 개발이익 비율을 적용하며 완전히 다른 산정 방식을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대장동 초기에 투입된 1차 수사팀은 평당 분양가를 1500만원에서 1400만원으로 축소한 점을 근거로 배임액을 추산했습니다. 분양가를 평당 1500만원으로 계산했을 예상 택지 개발 이익은 4898억원이 나오는데, 여기서 시행사인 성남의뜰이 산정한 택지 가치 3595억원을 빼면 1303억원의 차이가 납니다. 수사팀은 공사가 성남의뜰 지분을 절반을 가졌으므로 1303억원의 절반인 651억원을 더 받았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검찰은 2021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대장동 일당을 기소할 때 택지 개발 배당 이익 651억원에 시행 이익 1176만원을 더해 총 1827억원을 배임액을 공소장에 적시했습니다.
반면 2차 수사팀은 대장동 사업 추진 시 주무부서가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적정이익을 전체 개발이익의 70%로 산정한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대장동 사업 총 이익 9600억원에 70%를 적용하면 실제로 공사가 받아야 할 환수금은 6725억원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공사는 1830억원만 배당 받았고 검찰은 공사가 받지 못한 4895억원의 차액을 배임액으로 계산했습니다.
428억원 뇌물 혐의는 추가 수사 필요해 영장서 제외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는 민간 사업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1공단 공원화 비용, 서판교 터널 개통비 등을 모두 사업비로 계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가 환수한 1830억원은 임대아파트 부지 배당금입니다. 검찰은 민관 유착 때문에 주무부서가 적정이익으로 산정했던 70%의 이익을 시가 환수하지 못했다고 봤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개발이익 70% 비율은 공사의 공모지침서 작성 당시 주무부서에서 기부채납이나 기타 도로공사 비용 등을 제외하고 배당이익만으로 산정한 것"이라며 "공사가 공동 투자자로서 지분율과 인허가권·행정권 발동 등 기여도를 고려하면 유착 없이 정상적인 루트로 70%의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 사업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검찰은 이 대표가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천화동인 1호 배당금의 절반인 428억원의 뇌물을 약속 받았다는 혐의는 구속영장에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해당 혐의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와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한편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을 받지 못할 경우 이 대표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이 큽니다. 검찰은 체포동의안 가결 가능성보다는 구속영장 필요성을 기준으로 영장 발부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방권력과 부동산개발업자의 불법 정경유착을 통해 본래 지역주민과 자치단체에 돌아가야 할 천문학적 개발이익을 부동산개발업자와 브로커들이 나눠가지도록 만든 지역토착비리로서 극히 중대한 사안으로 본다"며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검찰의 영장청구와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