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ICBM운용부대 중 제1붉은기영웅중대는 지난 18일 오후 평양국제비행장에서 ICBM '화성-15'를 최대사거리체제로 고각발사했다고 조선중앙퉁신이 19일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북한은 전날 오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고각 발사했다고 19일 밝혔습니다. 올해 첫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북한은 이번 발사를 통해 ICBM의 ‘실전 능력’을 평가했다며 미국에 압박을 가했습니다. 북한의 도발에 한국과 미국은 미국 전략자산을 동원한 연합공중훈련으로 맞받았습니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명령에 사전 계획없이 조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영예로운 전투명령을 받아안은 제1붉은기영웅중대는 2월 18일 오후 평양국제비행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5’형을 최대사거리체제로 고각발사하였다”고 보도했습니다.
통신은 발사된 미사일에 대해 “최대정점고도 5,768.5㎞까지 상승하여 거리 989㎞를 4,015s(초)간 비행하여 조선 동해 공해상의 목표 수역을 정확히 타격하였으며 강평에서 ‘우’를 맞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통신은 이번 발사훈련을 미사일총국이 지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사일총국은 북한이 전술·전략핵탄두 탑재 미사일을 포함한 탄도미사일의 소요 제기와 생산관리, 인사·행정 등을 전담하기 위해 신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조직입니다. 지난 6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미사일총국의 부대기가 처음 확인된 바 있습니다.
통신은 이번 발사훈련에 동원된 제1붉은기영웅중대에 대해서는 “지난해 11월 18일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을 발사한 자랑찬 위훈을 가지고 있는 구분대로서 전략적 임무를 전담하는 구분대들 중 가장 우수한 전투력을 지닌 화력 중대”라고 소개했습니다.
북한은 이번 발사훈련이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장의 명령으로 불시에 계획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통신은 “훈련은 사전 계획없이 2월 18일 새벽에 내려진 비상화력전투대기지시와 이날 오전 8시에 하달된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 명령서에 의하여 불의에 조직되었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통신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대륙간탄도미사일부대들의 실전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며 “조선반도 지역에 조성된 군사적 환경에 대비하여 전략적 임무가 부과된 모든 미사일부대들에 강화된 전투태세를 철저히 유지할 데 대한 지시를 하달했다”고 전했습니다.
통신은 “미국과 남조선의 군사적 위협 행위가 간과할 수 없이 심각해지고 있는 현 정세 하에서 불의적으로 진행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은 적대세력들에 대한 치명적인 핵 반격 능력을 불가항력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우리 공화국 전략 핵무력의 끊임없는 노력의 실증”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전날 북한의 ICBM 도발은 지난해 11월 이후 석 달만이며, 올해 들어서는 처음입니다. 북한은 지난달 1일 초대형 방사포를 쏜 이후 두 달여간 미사일은 쏘지 않았습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7일 광명성절을 기념해서 진행한 내각과 국방성 직원들 사이의 체육경기를 딸 김주애와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함께 관람했다고 조선중앙TV가 18일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김여정 담화 발표…“바보들이기에 일깨워준다”
전날 북한의 ICBM 발사에 이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이날 담화를 발표해 “적의 행동 건건사사를 주시할 것이며 우리에 대한 적대적인 것에 매사 상응하고 매우 강력한 압도적 대응을 실시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이번에도 우리의 적수들은 근거 없이 공화국의 자주권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행위를 감행했다”며 “밤낮 그 무슨 위협에 대비한다는 구실을 내들고 확장 억지, 연합 방위 태세를 떠들며 미국과 남조선 것들이 조선반도 지역에서 군사적 우세를 획득하고 지배적 위치를 차지해보려는 위험천만한 과욕과 기도를 노골화하고 있는 것은 각일각 지역의 안정을 파괴하고 정세를 더더욱 위태해지게 만들고 있다”고 일갈했습니다.
그는 미국을 겨냥해 “미국은 세상을 기만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하여 적대적이지 않으며 대화에 열려있다는 헛소리를 걷어치우고 대화판에서 시간을 벌어보려는 어리석은 궁책을 포기하며 우리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체 모든 행동을 중지하고 공화국의 영상에 먹칠해 들려 하지 말며 자기의 전망적인 안전을 위해서라도 항상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최근 미국이 북한을 겨냥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주도한 데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조선반도 지역 정세를 우려하고 평화와 안정을 바란다면 모든 나라들이 국제평화와 안전보장의 중대한 책임을 지닌 유엔안전보장리사회를 저들의 극악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 실행 기구로 전락시키려는 미국의 강권과 전횡을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강변했습니다.
남한을 향한 조롱도 이어졌습니다. 김 부부장은 “우리는 여전히 남조선 것들을 상대해줄 의향이 없다”며 “바보들이기에 일깨워주는데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서울을 겨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또 미국의 유엔 안보리 소집을 거론하며 “남조선 것들도 지금처럼 마냥 ‘용감무쌍’한 척, 삐칠 데 안 삐칠 데 가리지 못하다가는 종당에 어떤 화를 자초하게 되겠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비꼬았습니다.
김 부부장은 담화문 말미에 “위임에 따라 끝으로 경고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부부장의 담화 발표는 지난달 27일 미국의 우크라이나 탱크 지원을 비난한 이후 23일 만입니다.
19일 한국과 미국이 한반도 상공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대응해 미국 전략자산을 동원한 연합공중훈련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북한 도발 다음날 한·미 연합훈련 전개
조선중앙통신 보도와 김 부부장의 담화가 나온 19일 합동참모본부는 한·미가 한반도 상공에서 연합훈련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훈련은 한국 공군 F-35A와 F-15K 전투기 및 미 공군 F-16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으로 진입하는 미국 B-1B 전략 폭격기를 호위하며 연합 편대비행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합참은 “이번 훈련으로 미 확장억제 전력의 적시적이고 즉각적인 한반도 전개를 통해 동맹의 압도적인 전력에 의한 한미 연합방위 능력과 태세를 보여줬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연합작전수행 능력을 향상시켰으며, 미국의 철통같은 한반도 방위 및 확장억제 공약 이행 의지를 확인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연합훈련은 전날 북한의 ICBM 발사에 맞대응하는 차원으로 풀이됩니다.
한·미는 미국 전략자산 전개 빈도와 강도를 높여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을 제고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31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 이후 “5세대 전투기 즉 F-22, F-35와 로널드 레이건 항모전단을 전개했다”며 “앞으로 이러한 것을 더 많이 전개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한미는 지난 1일 B-1B와 한미 F-35가 참여하는 올해 첫 연합공중훈련을 하고 이틀 뒤인 3일에는 양국 F-35와 미국 F-22 등이 나선 두 번째 훈련을 했습니다. 당시 두 차례 훈련은 모두 서해상에서 이뤄졌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