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노동계에 대한 정부의 전방위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건설노조 월례비 요구 등을 향해 칼을 빼 들었습니다. 타워크레인 기사의 월례비 수수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이를 바로잡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최근 법원에서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관행적으로 줬던 월례비를 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오는 등 논란이 예상됩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 대책'을 통해 "이날 이후 월례비 수수건에 대해서는 3월부터 즉시 자격정지 조치를 취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폭력과 불법을 보고서도 방치한다면 국가라고 할 수 없다"며 건설현장 강성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에 정부는 타워크레인 기사의 월례비 수수 등에 대해 형법상 강요·협박·공갈죄를 적용해 처벌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나아가 월례비를 받는 기사에게는 면허 정지·취소 수준의 제재를 가한다는 게 계획입니다.
노동계에 대한 정부의 이러한 강경 기조는 지난해 있었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 때부터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정부가 노동과 교육, 연금을 이른바 3대 개혁 과제로 꼽고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경찰도 타워크레인 노조의 월례비 요구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서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앞서 광주경찰청은 노조와 노조원이 월례비를 강요나 협박에 의해 빼앗아 갔다는 호남·제주 철근콘크리트(철콘) 연합회 측 고소에 따라 민주노총 건설노조 타워크레인 광주·전라지부 노조 사무실과 노조원 자택 등 11곳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고 노조 간부와 노조원 36명을 불구속 입건해 수사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법원에서는 월례비를 임금으로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해 적잖은 논란이 예상됩니다. 지난 16일 광주고등법원은 담양군 소재 철근콘크리트 공사 A업체가 타워크레인 회사에 소속된 운전기사 B씨 등 16명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1심 법원은 월례비를 근절해야 할 관행이라고 봤지만 2심 법원은 임금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한 겁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하청업체인 철근콘크리트 업체의 타워크레인 기사들에 대한 월례비 지급은 수십년간 지속돼 온 관행으로서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월례비는 사실상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을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노동계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날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는 성명을 통해 "건설현장의 모든 불법행위 책임을 노동조합에 떠넘기는 정부를 규탄한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그러면서 "월례비는 타워크레인 노동자의 일방적인 강요로 받는 것이 아니며, 건설회사가 안전하지 않고 무리한 작업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부가 타워크레인 등 건설기계 조종사가 월례비 등 부당금품을 수수하는 경우 면허를 정지 및 취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 타워크레인이 서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