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원 잔여 임기 놓고…방통위 여야 구도 바뀌나 촉각

정부업무평가 C등급 방통위, 국민 체감 정책 저조했다?
문재인정부 야당 추천 몫인 안형환 위원 임기 만료에 쏠린 눈
버텨서 여야 3대2 만들려는 국민의힘…안 밀리려는 민주당
위원회 심의·의결 사항만 28항…변화에 뒤처질까 우려

입력 : 2023-02-23 오전 6:00:14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합의제 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를 둘러싼 정치 논리는 출범 이후 지속돼 왔습니다. 비단 5기 방통위만의 문제는 아닌 겁니다. 문재인정부에서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했다는 반발이 있었고, 이전 박근혜 정부 때는 지상파 봐주기 재허가 심사가 문제가 됐습니다. 고질적인 문제는 지난해 정부업무평가 결과에서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방통위는 점수 비중이 가장 큰 주요 정책 부문을 비롯해 규제혁신, 정부혁신, 정책소통 등 전 영역에서 C등급을 받았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이 사퇴 압박을 거부하며 임기를 채우고 있는 데 따른 필연적 결과라는 시각도 있지만, 정책 성과에 대한 국민의 체감이 저조한 것도 이유로 꼽힙니다.
 
지난해 6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국무회의에서 배제되면서부터 사퇴 압박이 불거졌고, 지난해에만 방통위에 대한 압수수색이 3차례 진행됐습니다. 이는 방통위 업무에 제동이 걸린 것을 비롯해 정치적 논쟁이 뒤섞인 공영방송 이사회 이슈나 TV조선 재승인 등에 집중도가 높아진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문제는 현재의 뒤숭숭한 분위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다음달 임기가 끝나는 안형환 부위원장 후임 추천을 해달라는 공문을 국무총리실로부터 받았습니다. 안 부위원장의 임기는 다음달 30일까지입니다.   
 
(정리=뉴스토마토)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법) 제5조에 따르면 위원 '5인 중 위원장을 포함한 2인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3인은 국회의 추천을 받아 임명한다. 이 경우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됐던 정당의 교섭단체가 1인을 추천하고 그 외 교섭단체가 2인을 추천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위원장과 남은 1명의 위원은 대통령이 추천합니다. 
 
안형환 부위원장의 경우 임명 당시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 추천이었습니다. 즉 정권 교체 전 야당쪽 추천 인물입니다. 이를 놓고 국민의힘은 법령에 국회 추천 3인으로 돼 있고, 미래통합당 추천이었던 만큼 현재의 국민의힘에서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전 정부에서 야당의 추천이었던 만큼 현재는 민주당 추천 위원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반박합니다. 지금의 방통위는 여야 비율이 2대3입니다. 국민의힘 논리대로 임명하면 현재의 비율이 유지되고, 4월5일 임기가 끝나는 김창룡 위원까지 교체될 경우 여야 비율이 3대2로 바뀌게 됩니다. 같은달 24일로 예정된 TV조선 재승인 심사도 여당의 의도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 것이죠. 방통위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합니다.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사진=뉴시스)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 부분을 놓고 상당 기간 여야 간 기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공석이 되는 것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합니다. 과거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지냈던 한 인사는 "안형환 부위원장의 자리가 야당 추천 몫인 건 여야가 다 알고 있다. 법적으로나 논리적으로 가려야 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하며 "다만 정치적으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어 전체 개편 차원에서야 풀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서도 당장 상임위원 선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관계자는 "위원의 결원이 생겼을 때에는 결원된 날부터 지체없이 보궐위원을 임명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이 자체가 임기가 만료된 위원의 공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여야 간 의견 마찰이 지속될 경우 상임위원 구성은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한상혁 위원장과 김효재, 김현 위원 등의 임기가 차례로 끝이 나야 대통령 몫과 국회 여야 몫에 대해 구분이 명확해지고, 위원회 진행도 원활할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방통위는 △종합편성이나 보도에 관한 전문편성을 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승인에 관한 사항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 및 감사 임명에 관한 사항 △한국방송공사의 이사 추천 및 감사 임명에 관한 사항 외에도 국내의 방송통신 시장과 디지털 포용사회를 위한 정책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방통위법 제12조에 열거된 위원회 심의·의결 사항만 28개항에 달합니다. 제12조29항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따른 위원회의 심의·의결 사항'까지 합하면 방통위 업무 부문은 더 늘어납니다. 급변하는 방송통신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4분기를 시한으로 제정하겠다고 한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도 감감무소식입니다. 플랫폼 불공정행위는 늘어나고 있지만, 이용자를 보호할 장치도 요원합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발 빠르게 통신과 방송의 사업이 변화하고 있지만, 우리의 규제기관은 정치적 논리에 쌓여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지은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