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예정된 체포동의안 표결을 두고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모두 사활을 걸었습니다. 그 덕분인지 동의안 부결은 확실시 되고 있습니다. '부결 단일대오'. 사실상 169석 당론입니다. 이제는 몇대 몇으로 부결되느냐가 관심입니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전 부터 지금까지 이 대표와 민주당의 관심과 목표는 오직 '체포동의안 부결'인 듯 보입니다. 부결 이후를 고민하는 목소리는 안 들립니다.
물론 검찰이 이번 영장에서 배제한 나머지 혐의들에 대해서도 '쪼개기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과연 구속영장 청구와 체포동의안 부결이 문제일까.
"공판기일에는 피고인, 대표자 또는 대리인을 소환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267조 2항입니다. 피고인의 출석 의무를 규정한 조항입니다. 형사공판에는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고 정한 것입니다.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2월28일 기소된 날부터 3년 11개월을 재판 받았습니다. 파기환송심을 거쳐 재상고가 기각될 때까지의 기간입니다. 이 중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공판 출석의무가 없는 상고심 기간을 빼더라도 박 전 대통령은 꼬박 2년 7개월 동안 공판에 출석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2018년 4월9일 '다스 비리' 등으로 구속기소돼 2020년 10월29일 대법원 상고심 선고가 나올 때까지 2년 6개월간 재판을 받았습니다. 이 가운데 상고심 기간 6개월을 뺀 하급심 공판 기간 2년 동안 이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재판 받았습니다.
이번 구속영장 청구 시점 등을 종합해 보면 검찰은 이르면 3월, 늦어도 4월 중 이 대표를 기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때부터 추산해 볼 때 대법원 상고심 판결은 짧게 잡아도 2026년 봄에서야 나오게 됩니다. 그나마 검찰이 현재 수사 중인 다른 혐의들을 뺀 계산입니다. 백현동·정자동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연루 의혹, 쌍방울 변호사비 대납 의혹,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혹 등입니다. 게다가 각 사건 당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은 당연한 수순.
지리한 법정다툼이 진행되는 동안 이 대표는 공판이 열릴 때마다 출석해야 합니다. 그 장면과 공판 상황은 언론을 통해 실시간 까발려질 것입니다. 민주당도 이리저리 끌려다니게 될 겁니다.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아니라 '민주당 사법리스크'입니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는 시각에서 봐도, 이쯤 되면 사실 검찰에게 '이재명 구속수사'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말 그대로 꽃놀이패를 쥔 상황.
"선당후사."
그래서 지난 22일 '상임고문 연석회의'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40년 정치적 동지인 권노갑 당 상임고문이 한 이 당부는 이 대표에게만 남긴 말이 아닌 듯 보입니다. 이 대표도 "그깟 5년 정권이 뭐 그리 대수", "국가권력 갖고 장난하면 깡패"라고만 할 일이 아닙니다. '민주당 사법리스크'는 서서히 궤도로 진입 중입니다.
최기철 미디어토마토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