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경영권 확보를 둘러싼 SM엔터테인먼트와 하이브 간의 갈등의 골이 날로 깊어지고 있습니다. SM은 최대주주로 등극한 하이브를 '적대적 M&A' 세력이라고 규정한 시각을 유지하며 자체적인 역량을 발판으로 'SM3.0' 전략을 수행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하이브는 '당근과 채찍'을 고루 사용하며 맞서고 있습니다. SM의 독립성을 인정하면서 양사의 시너지를 창출하겠다고 사업적 전망을 제시하면서도 현 SM 경영진에 대해서는 위법성이 명백한 자사주 취득은 멈추라고 경고를 날렸습니다.
SM(
에스엠(041510))은 지난 21일부터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SM3.0' 전략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IP 수익화 전략으로 2025년까지 1조2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한 데 이어 23일에는 글로벌 확장 전략과 투자 계획을 밝혔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는 23일 유튜브를 통해 'SM3.0'의 구체적 이행 방안을 밝혔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SM은 장기적으로 일본, 미주, 동남아 등 세 지역에 현지 제작센터를 구축해 신규 IP를 제작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 중에서도 현지 네트워크를 가장 두텁게 축적하고 있는 일본에서 가장 발빠르게 움직일 계획입니다. 연내 현지법인 중심의 제작센터 조직을 완비하고 NCT 도쿄 등을 필두로 한 글로벌 IP 제작에 나섭니다.
미주 지역에서도 파트너사 합작법인 형태의 글로벌 제작센터를 만들고 2024년 중에는 신규 아티스트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는데요, SM 측은 소속 아티스트의 미국 시장 진출을 도울 현지 매니지먼트 인수 등도 현재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하이브(352820)가 자사의 북미 네트워크가 SM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시너지를 설명했었는데, 이를 의식한 듯 자사의 역량을 키워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SM "2025년 목표주가 36만원"
이 같은 전략 수행을 위해 SM은 총 1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퍼블리싱 전문 자회사를 통한 역량내재화에 3500억원, 장르·지역레이블 확장에 3000억원, 팬플랫폼 투자 확장에 2000억원을 투입합니다. 글로벌 지역확장에 500억원, 메타버스·콘텐츠에도 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한 재원은 비핵심자산 매각을 비롯해 보유현금과 차입 등으로 마련할 예정입니다.
이날 영상에는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박준영 최고운영책임자(CCO), 장철혁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C레벨 임원들이 모두 등장했는데요, 이들은 입을 모아 "SM은 지배구조 상의 문제로 경쟁사 대비 지속 저평가돼 왔다"며 "SM3.0으로의 도약을 통해 지배구조에서 비롯된 여러 이슈와 중장기 미래 전략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셨길 바란다"고 호소했습니다.
SM, 30억규모 자사주 매입…하이브 "자기모순"
한편 전일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PD)의 지분 14.8%를 조기에 인수 완료하며 SM 최대주주에 오른 하이브는 경영권에 위협이 될 만한 SM 행보에는 경계감을 표했습니다. SM이 총 2만5000주의 주식을 평균 12만2000원에 장내 매수했다는 사실에 대해 "명백한 위법행위"라고 일격한 것입니다.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에 따르면 이날 SM은 약 30억원의 현금을 자사주 취득에 사용했고 추가 자사주 취득을 위해 최대 약 38억원을 사용할 예정입니다.
하이브는 SM 이사회 구성원에 발송한 공식 서한을 통해 "최근 12만원이 넘는 주가가 형성되어 있음에도 대규모의 회사 자금을 이용해 자기주식의 매수에 나선 행위는 순수한 '주가부양 및 주주이익 제고'를 위한 목적이라 볼 수 없다"며 "시세를 조종해 당사의 공개매수절차를 방해하는 등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나서기 전 주가가 5만~8만원선에 머무를 때는 주가 부양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 판단했으면서 이제와서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것은 자기 모순이라는 지적입니다. 이는 또한 카카오 대상의 제3자배정 신주 발행이 9만원대에서 책정된 것이 저가로 진행된 것임을 증명했다고도 일침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