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한반도와 교황

입력 : 2025-04-24 오전 6:00:00
교황 프란치스코 1세가 선종했다. 역사상 첫 남미 출신으로 266대 교황에 선출된 지 12년 만이다. 지난 2월 한 달이 넘는 입원 치료를 받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그는 부활절이었던 지난 20일 신도들에게 부활 축하 메시지를 전한 것을 끝으로 하느님의 품에 안겼다. 휠체어에 앉아 눈을 뜨는 것 조차 힘들어했을 만큼 기력이 쇠했던 것으로 전해졌으나, 교황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군중 앞에서 행복을 기원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돌보는 데 많은 힘을 쏟았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유독 한반도에 큰 관심을 뒀다.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는 물론 지난달의 경북 산불 화재까지 대한민국의 크고 작은 고난과 슬픔에 진심 어린 위로를 표했다. 30여년 전 아르헨티나 주교 시절 현지로 파견된 한국 수녀들의 헌신에 감명을 받아 한국을 각별히 생각하게 됐다고 전해지지만, 마지막 일성이 '전쟁을 끝내라'일 정도로 세계 평화를 염원했던 그에게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은 마음이 쓰일 수밖에 없는 곳이었나 보다. 
 
때문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종교의 불모지'라 불리는 북한 방문에도 부단히 노력을 했다. 문재인정부 시절 남북 화해 모드가 조성됐을 때에는 당장이라도 북한에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정점에 이르기도 했다. 끝내 불발되기는 했지만 교황의 한국에 관한 기도에는 언제나 남과 북이 모두 포함됐다고 한다. 한반도 평화에 이토록 관심을 보일 교황이 또 나올 수 있을까라는 탄식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에 희망을 걸어본다. 1951년생인 유 추기경은 교황의 후임자를 뽑는 콘클라베에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고 피선거권도 갖는다.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총 12명의 차기 교황 유력 후보를 선정했는데, 유 추기경은 11번째로 거론됐다. 
 
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가깝게 소통한 측근으로 꼽힌다. 지난 2021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직에 임명됐으며, 이듬해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통상적으로 교황청 장관직은 추기경이 맡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전교구장이었던 유 추기경을 대주교로 승품하면서 깜짝 발탁했던 것이다. 전 세계 가톨릭 청년들의 축제인 세계청년대회(WYD)의 차기(2027년) 개최지가 한국으로 결정된 데에도 유 추기경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교황의 역대 네 번째 방한이 파주시가 제안한 대로 '분단과 통일의 상징'인 임진각에서의 폐막 미사로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다면, 심지어 이를 모두 주관하는 사람이 한국인 교황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사제나 선교사의 도움 없이 자생적으로 종교가 뿌리를 내린 독특한 한국 교회의 역사에도 의미가 깊은 일이 될 것이다. 또 한 번 한국인이 자부심이 높아지는 꿈 같은 일이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김진양 영상뉴스부장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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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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