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19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대통령은 언론에 자주 나와서 기자들에게 귀찮지만 자주 질문을 받아야 되고 솔직하게 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 1회 정도 기자들을 기탄없이 만나도록 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2월11일 대선후보 당시 2차 TV토론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언론과 어떻게 소통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취임 이후 출근길 약식회담(도어스테핑)을 진행할 때만 해도 윤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소통 의지는 분명한 듯 보였습니다.
도어스테핑 중단 후 언론접촉 '최소화'
하지만 지난해 11월21일 도어스테핑을 중단한 이후 다시 재개할 것이라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5일은 도어스테핑을 중단한 지 100일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기자들과의 소통을 중단한 게 벌써 100일을 넘긴 겁니다.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중단함으로써 대통령 집무실 이전의 의미가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2월20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발표하면서 "지금 청와대는 춘추관과 거리가 꽤 된다. 저는 이 건물(국방부 청사) 1층에 기자실을 배치해서, 보안 수칙만 잘 지켜준다면 언제든지 1층에 가서 국민들과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소통을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도어스테핑이 중단된 이후 윤 대통령의 언론 접촉은 최소화됐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이 새해의 중요 일정으로 준비했던 신년 기자회견마저 생략됐습니다. 대신 신년사로 대체했습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에서 2021년까지 4차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에서 2016년까지 3차례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던 것과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보수 언론·외신과의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것이 유일한 언론과의 소통이었습니다.
지난 1월1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사진)
일방적 국정운영 '노골화'…영수회담 '모르쇠'
도어스테핑 중단 이후 윤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이 더욱 노골화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국민의 목소리라고 할 수 있는 언론과의 소통을 제한해 국정을 이끌게 된 결과입니다. 더욱이 야당을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여기지 않고, 취임 후 여야 영수회담 한번 없이 여당과의 소통만으로 국정을 이끄는 상황입니다.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대통령 당무개입 논란이 벌어진 것도 여당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려는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원인이 됐다는 지적입니다.
여기에 국회에서 통과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에 이어 양곡관리법과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2·3조 개정안)' 등 일반 법안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가 유력한 상황입니다. 거부권 행사는 헌법상 보장된 대통령의 권한이지만, 이를 행사하기 전에 대통령으로서 여야가 대화와 타협으로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여야 간 극한 대치를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여야의 협상을 촉구하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뉴스토마토>와 한 통화에서 "도어스테핑 중단 이후 윤 대통령의 소통이 더 없어졌다"며 "내년에 총선이 있기 때문에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도어스테핑을 계속 중단하면서 언론과의 접촉을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