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성중앙통신이 제공한 사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6일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오는 3월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한반도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밖으로는 무력도발을, 내부적으로는 경제·민생 행보에 집중하는 ‘투트랙’ 전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북한은 최근 잇따라 무력도발을 감행하면서 그 이유로 ‘한미 연합훈련’을 꼽고 있습니다. 앞서 미국은 지난 25일 공식 페이스북에 로스앤젤레스(LA)급 핵추진 공격잠수함인 스프링필드의 부산 해군작전기지 입항 사진을 이례적으로 공개했습니다. 미국이 북한에 ‘핵 사용 시 정권 종말’이라고 강력 경고를 보내는 동시에 한국과의 동맹을 과시, 확장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또 한미는 내달 중순에 열리는 연합훈련에서도 ‘2023 자유의 방패(FS)’ 연합군사연습을 진행하는데 이 훈련 중 사단급 ‘쌍룡’ 연합상륙 훈련 등 한미 연합 야외기동훈련(FTX)을 과거 독수리 훈련(FE) 수준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러자 북한은 지난 18일 미국을 겨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쏘고, 이틀 뒤인 20일에 한국을 겨냥해 전술핵 탑재용으로 개발한 ‘초대형방사포(KN-25)를 발사했습니다. 이어 23일에 전략순항미사일 ‘화살-2형’ 발사도 감행했습니다.
북한은 미국을 향한 거친 비난 담화도 발표했습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20일 담화문을 통해 “최근 조선반도(한반도) 지역에서의 미군의 전략적 타격 수단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며 “태평양을 우리의 사격장으로 활용하는 빈도수는 미군의 행동 성격에 달려 있다”고 위협한 바 있습니다. 특히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지난 24일 담화에서 미군의 전략자산이 한반도에서 전개하는 것을 “적대·도발적 관행”이라고 규정하며 이를 중지하지 않으면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 딸 주애와 함께 평양 서포지구 새거리건설 착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26일 보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조선중앙TV 캡쳐)
김 위원장은 외부를 향해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경제’, ‘민생’ 분야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 올해 첫 민생·경제 관련 행보로 평양 화성지구 2단계 1만세대 살림집과 강동온실농장 착공식에 참석했습니다. 또 지난 25일에는 딸 김주애와 함께 평양 서포지구 새 거리 착공식에도 참석했습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집권 이후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애민정신’, ‘인민생활 향상’ 기조와도 맞닿은 행보입니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속출할 정도로 식량난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것으로 알려진 북한은 지난 26일 농업을 주제로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작년 말 전원회의로부터 불과 2개월여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농업’을 단일 주제로 전원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김 위원장이 그만큼 경제와 민생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는 북한이 작년 말 전원회의에서 국방력 강화와 경제발전 기조를 각각 강조한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대내적으로는 2달 만에 농업을 주제로 전원회의를 개최하는 등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식량에서 급한 불을 끄겠다고 하는 것인데 상당히 이례적이고 내용적으로 솔직한 것”이라며 “대외적으로는 건건사사 대응하겠다고 했고, 핵 무기를 고도화하겠다고 했는데 그에 맞춰 가고 있기 때문에 두 개의 축으로 가고 있다고 봐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