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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3월 2일 10:4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자산운용업계가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어려운 경영 환경에 처해 있다. 증시 부진에 따른 자금 유출 등으로 운용자금이 줄고 이익도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올해도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 속에 운용사들은 생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운용사들의 주요 현안과제를 살펴봤다.(편집자 주)
[IB토마토 은주성 기자] 삼성자산운용이 타깃데이트펀드(TDF)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퇴직연금 관리에 나선 직장인들이 늘어나며 TDF 계좌로 유입되는 자금이 늘고 있지만 삼성자산운용은 초기 국내 TDF 시장 1위 사업자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미래에셋자산운용에게 1위 자리를 내준 이후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자산운용은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TDF 시장에서 존재감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다.
2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TDF 시장점유율은 19%다. 미래에셋자산운용(41%)에 이은 2위 사업자다. 그 뒤를 KB자산운용(12%), 한국투자신탁운용(11%), 신한자산운용(9%), 키움자산운용(3%) 등이 따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본사.(사진=삼성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은 국내를 대표하는 종합자산운용사다. 22일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운용자산 규모(AUM, 순자산총액+평가액)는 290조원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155조원), KB자산운용(131조원), 신한자산운용(109조원), 한화자산운용(104조) 등을 크게 앞선다.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는 2002년 국내 최초의 ETF 상품을 출시했고 이후 20년이 넘도록 1위 자리를 수성하면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OCIO(외부위탁운용관리) 시장에서는 연기금투자풀, 산재보험기금, 서울대발전기금 등의 주간운용사를 맡으면서 가장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TDF 시장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앞서 삼성자산운용은 2016년 4월 ‘삼성한국형TDF’를 출시하면서 TDF 시장에 진출했고 이후 수탁고를 빠르게 늘리면서 업계 1위에 올랐다. 하지만 2017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기존 선보였던 라이프사이클 상품인 ‘평생연금만들기 펀드’를 리뉴얼해 TDF 라인업을 재정비하면서 삼성자산운용 추격에 나섰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2019년 11월까지 TDF 설정액 기준 1위를 유지했지만 2019년 11월 미래에셋자산운용에게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이후 격차가 더욱 벌어졌고 현재는 TDF 시장점유율이 20% 아래에 머물면서 상대적으로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TDF 설정액은 1조6608억원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3조3817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시행으로 TDF 시장을 둘러싼 운용사들 사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자산운용도 TDF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 TDF는 투자자 은퇴시점에 맞춰 위험자산·안전자산 투자비중을 조절하기 때문에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에 가장 적합한 상품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디폴트옵션이 시행되면서 고용노동부는 심의를 거쳐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적격상품으로 39개 퇴직연금 사업자의 259개 상품을 승인했다. 정기예금 등 원리금 보장형으로만 구성된 초저위험 상품이 39개, 펀드 등의 비중이 높은 저위험~고위험 상품은 220개다.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제외한 220개 상품에 편입된 운용사별 펀드 상품 수를 살펴보면 삼성자산운용은 41개를 기록해 미래에셋자산운용(130개)에 크게 뒤졌다. 또 운용자산 규모 5위인 한화자산운용(37개)와 격차도 크지 않았다.
특히 220개 실적배당형 상품 가운데 165개에 TDF가 편입되는 등 TDF는 디폴트옵션의 가장 중요한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삼성자산운용의 TDF는 220개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 가운데 32개에 포함되는 데 그쳤다. 미래에셋자산운용(96개)에 크게 미치지 못할뿐 아니라 한화자산운용(37개)에도 낮은 수치다. 한화자산운용이 국내 TDF 시장점유율 2% 수준을 보이는 7위 사업자라는 점을 고려할 때 삼성자산운용으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010년 29조원에서 2021년 295조원으로 급증했다. 2030년에 445조원, 2050년에는 2100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들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자금은 TDF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미국, 영국 등에서도 디폴트옵션이 도입된 뒤 TDF 시장규모가 크게 늘어나기도 했다.
향후 자산운용사들의 주요 먹거리로 주목받는 사업은 단연 ETF와 TDF다. 이에 삼성자산운용은 ETF 시장 1위 자리를 수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TDF 시장에서 위상을 되찾는 것도 큰 과제일 수밖에 없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인사에서 ETF사업부문장을 새로 선임하는 등 ETF조직을 재정비했지만 TDF 사업을 담당하는 멀티에셋운용본부에는 아직 별다른 변화를 주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난해 시장 하락으로 TDF 역시 어려운 한 해를 보냈던 만큼 올해는 수익률 제고에 더 집중하면서 TDF 운용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며 "디폴트옵션 시행 취지에 맞게 TDF가 연금형 장기 투자자에게 좋은 투자 대상이라는 점을 확인시켜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주성 기자 e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