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KT 차기 대표이사(CEO)직 면접 대상자들 모두가 전·현직 KT맨으로 구성됐습니다. 유력후보로 거론됐던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김기열 전 KTF 부사장 등의 외부 인사가 모두 배제됐는데요. 구현모 현 KT 대표를 향한 전방위 압박이 펼쳐진 가운데 이들 후보의 경우 MB맨 중용, 용산 인사 등의 꼬리표가 붙으며 되레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KT(030200) 이사회가 발표한 KT 차기 CEO 후보 심사 대상자는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신수정 현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 윤경림 현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 등 총 4명으로 압축됐습니다.
당초 유력 후보로 알려진 정치권 관련 인물들은 모두 잇따라 컷오프됐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람으로 꼽히는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대표적인데요. 윤 전 장관은 이 전 대통령 취임 직후 2009년부터 2010년 5월까지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했는데 최근 유력하다는 설이 돌기도 했습니다.
김기열 전 KTF 부사장도 낙마했는데요. 기독교계 원로인 김장환 목사 조카인 김 부사장은 특히 윤석열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ICT희망본부장으로 활동한 이력으로 주목을 끌었습니다.
최근 KT 내부는 뒤숭숭한 분위기였습니다. 정치적 외풍에 구 대표가 연임을 중도 포기한 탓입니다. 구 대표가 KT 실적을 크게 개선했음에도 외풍을 견디지 못하고 연임을 포기한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는데요. 정부의 입김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낙하산 인사가 이뤄질 경우 성과를 낸 KT 디지코 전략이 전면 수정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차기 대표이사 후보들이 KT 내부 출신 전문가들로 이뤄지면서 구 대표의 디지코 DNA를 이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구 대표는 앞서 취임 일성으로 디지코 전략을 내건 바 있는데요. 통신 위주의 KT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콘텐츠 등 ICT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게 핵심인데 지난해 매출액 사상 첫 25조원 시대를 여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만약 이번에 연임에 성공했다면 올해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디지코를 확대할 계획이었습니다.
구현모 KT 대표(왼쪽)가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 개막 첫날인 27일 오전(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장에 설치된 KT 부스를 찾아 데니스 앤서니 컨버지 ICT 솔루션즈 최고경영자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구 대표가 최근 MWC 행사에서 AI를 언급하며 응원해달라고 한 것 역시 좌초될 위기에 처해있는 디지코 전략을 계속해서 이어달라는 당부의 메시지로 풀이됩니다. 구 대표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 2023 KT 부스 앞에서 "MWC를 둘러보니까 AI는 대세가 된 것 같다. 6G 관련 요소가 많이 나왔고, 모빌리티 얘기들이 나오고 있고, 키노트에서는 다른 텔코(통신회사)와의 협력이 많이 얘기되고 있다"면서 "디지코 KT를 계속 응원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