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1년 9개월 만에 10억원 밑으로 가라앉으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는)족'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수년간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영끌족들은 상대적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뒤늦게 매매 행렬에 동참했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가격이 가파른 속도로 떨어지고 이자 부담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규제 완화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전반적인 경색이 이어지고 고금리 지속 흐름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돼, 매물 정리에 나서는 영끌족들이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KB부동산 월간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9억9333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의 10억원 선 붕괴는 지난 2021년 5월(9억9833만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2021년 6월 10억원을 넘어선 후 상승세를 지속하다, 지난해 7월 10억9291만원으로 고점을 기록한 뒤 7개월째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중위가격은 매매가격을 일렬로 세웠을 때 중간에 위치한 값입니다. 모든 매매가격을 주택 수로 균등하게 나눈 평균가격이 고가·저가 주택에 큰 영향을 받는 것과 달리, 중위가격은 오로지 정중앙의 가치만 따지기 때문에 업계가 면밀히 살피는 지표기도 합니다.
이처럼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계속 하락하는 흐름을 보이면서 영끌족들의 고심도 더욱 깊어지는 모습입니다.
이들은 자기자본이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 시세 급등기에 편승해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에 나선 사례가 많습니다. 하지만 도심권이나 강남 등에 비해 인프라와 호재가 부족한 외곽 지역의 경우 상대적으로 먼저 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두드러진 낙폭을 기록하는 분위기입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10억 붕괴에는 외곽 지역 등 중하위 매물의 가격 하락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는 곧 중하위 매수 계층의 어려움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최근 1~2년 사이 자기자본을 뺀 금융 부담을 짋어지고 고점에 진입한 경우도 많아, 더 고통스러운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게다가 영끌족들은 무리하게 대출을 받다 보니 고금리 흐름에 취약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연 3.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고는 하지만, 국내 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미국의 정책금리와의 격차가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통화 긴축 모드 지속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김병기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더 큰 문제는 대출 금리다. 미국의 경우 이미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추가 단행 이야기가 나오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 금리도 상방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영끌족들이 대출 부담을 버티지 못하고 슬슬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한 대응 방안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