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 첫발 뗐지만 현장 교사들 불만 목소리 커져

인천·대전·경기·전남·경북 지역 214개 초등학교 시범 운영 시작
"인력 구하지 못해 교사들이 업무 담당, 대책도 '땜질식 처방'"
"아이들, 오랜 시간 학교 머물면 정서적으로 안 좋은 영향 받을 수도"

입력 : 2023-03-06 오후 2:51:33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3월부터 인천·대전·경기·전남·경북 지역 214개 초등학교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는 '늘봄학교'를 두고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교육당국이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이나 협의 없이 졸속으로 정책을 추진했을 뿐만 아니라 기간제 교사 활용 등의 방안도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늘봄학교' 시범 운영 시작했지만 학교 현장은 아직도 혼란
 
6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인천 30개교·대전 20개교·경기 80개교·전남 43개교·경북 41개교 등 총 214개 학교에서 '늘봄학교' 시범 운영이 시작됐습니다. '늘봄학교'는 초등학교에서 원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아침·저녁 돌봄과 방과 후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정책입니다. 교육부는 단위 학교의 업무 경감을 위해 희망하는 학교에 행정 인력·기간제 교원·자원봉사자 등을 배치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미희 경북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 5일 성명을 통해 "교원에게는 불가능한 탄력근무제를 제안하면서까지 '늘봄학교' 업무를 강제하는 곳은 경북이 유일하다"면서 "개학 후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시범학교 곳곳에서 '늘봄학교' 운영 인력을 구하지 못해 교원들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지도를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기간제 교사 부재에 대비해 인력을 충원하고 '늘봄학교' 업무를 전담하는 보직 교사의 수업 시수를 다른 교사들이 떠안는 문제도 예방한다는 경북도교육청의 계획과 달리 현장에서는 구체적인 대책이 없어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며 "이는 교사들의 업무 과중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경기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정부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경기지부 정책실장은 "'늘봄학교' 업무만 전담할 기간제 교사를 뽑는 게 쉽지 않다. 특히 소규모 학교의 경우 일반 기간제 교사 구하기도 힘든데 '늘봄학교' 업무만 할 기간제 교사를 어떻게 구하나"라면서 "퇴직 교원을 활용하는 방안도 행정 업무는 무리 없이 할 수도 있지만 학교 현장을 떠났던 분들이 아이들을 얼마나 잘 돌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달부터 인천·대전·경기·전남·경북 지역 214개 초등학교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는 '늘봄학교'를 두고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표는 5개 시범교육청별 '늘봄학교' 운영 내용.(표 = 교육부 제공)
 
교사들 "교육당국, 정책 졸속 추진으로 의견 수렴 미흡"
 
특히 교사들은 한목소리로 충분한 의견 수렴이나 협의 과정이 없었던 게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이다연 전교조 경북지부 정책실장은 "우리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북도교육청의 독려로 인해 교장 선생님이 의지를 가지고 '늘봄학교'에 참여했다는 답변과 강제 배당됐다는 답변이 대부분을 차지했다"며 "1월 말 시범교육청 선정 이후 시간이 워낙 촉박하다 보니 제대로 된 의견 수렴 과정 없이 급하게 진행되면서 교육 현장의 혼란만 초래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정 실장도 "교육당국이 정책을 너무 졸속으로 추진한 감이 있다. 학교 방학 기간에 갑자기 시범 운영 신청을 받아 진행하니 의견 수렴 과정이 미흡할 수 밖에 없지 않나"라면서 "지금 교육당국이 내놓은 대책들도 다 '땜질식 처방'일 뿐이라 나중에 '늘봄학교'가 전면 확대될 경우 교사들에게 업무가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모든 돌봄 업무가 이뤄지는 게 올바른 것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어린 나이의 아이들이 오전 이른 시간부터 오후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만 머무는 건 정서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지은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실장은 "교육 공간인 교실에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있는 건 아이들 성장에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학교가 모든 돌봄을 담당하는 게 지속 가능한 일인지 고민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급하게 졸속으로 추진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의견을 표했습니다.
 
이달부터 인천·대전·경기·전남·경북 지역 214개 초등학교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는 '늘봄학교'를 두고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사진은 지난달 9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초등학교를 방문해 수업 과정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사진 = 교육부 제공)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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