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죄도 배상도 참여도 없었다…강제동원 3자 변제 둘러싼 쟁점 '셋'

피해자들, 일본·전범기업 넘어 한국 정부와도 법적 공방 불가피

입력 : 2023-03-06 오후 6:30:00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윤석열정부가 제3자 변제 방식을 골자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을 공식 발표하면서 거센 역풍이 불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정부가 일본 정부의 사과, 전범기업(미쓰비시중공업·일본제철)의 배상을 뺀 제3자 변제를 추진하면서 법적 공방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일 관계 정상화까진 적잖은 난제가 도사리고 있는 셈입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피해자 '동의' 없는 제3자 변제안 논란
 
첫 번째 쟁점은 피해자 동의 없는 제3자의 변제를 둘러싼 법적 논란입니다. 정부는 민법 제469조 1항에 “채무의 변제는 제3자도 할 수 있다”고 명시한 점을 들어 피해자 동의가 없더라도 제3자 변제를 진행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국내 유수한 전문가들의 검토 자문을 거쳤는데, 제3자가 변제하는 판결금을 받아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가 받아야 할 배상금은 법원에서 확정판결이 인정된 ‘법정채권’이기 때문에 당사자의 동의 등 사적 자치권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제3자 변제안에 동의하지 않는 쪽은 민법 제469항 1항의 “그러나 채무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제3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는 단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동법 2항에는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는 채무자 의사에 반해 변제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있어 피해자 의견을 묵살하지 말 것이 명시돼 있다고 주장합니다. 피해자 대리인단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 해법에 동의하지 않는 피해자들의 경우 정부가 공탁 등의 방식으로 채권을 일방적으로 소멸시킬 수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해자들과 정부의 법적 공방은 현실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93) 할머니가 6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광주전남역사정의평화행동의 기자회견에 참여해 정부가 내놓은 일제강제징용 피해배상 관련 해법인 '제3자 대위 변제안'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기업 배상금 마련 '뇌물죄' 여부
 
두 번째 쟁점은 이른바 '제3자 변제'의 핵심인 미래청년기금(가칭)을 통한 배상 방식입니다. 한일은 양국 재계를 대표하는 한국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가 공동 조성하는 '미래청년기금'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의 혜택을 입은 포스코 등에 자발적인 참여를 요청한 상황입니다.
 
문제는 이 경우 일본 전범기업 대신 우리 기업이 내는 기부금으로 일부 배상한다는 점입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강제동원 추가소송 대리인단 전범진 변호사는 지난 1월 26일 국회 토론회 등에서 "가해자인 일본 기업과 관계없는 국내 기업이 기부해 배상금을 마련할 경우 '뇌물죄'에 해당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제3자 변제 방식의 강제동원 해법에 대해 "제3자 뇌물죄가 아니냐"라고 주장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7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한중 차별한 일본의 '선택적 사죄' 진실
 
일본의 선택적 사죄 논란은 향후 외교적 논란으로 비화될 수 있습니다. 앞서 일본 미쓰비시 머티리얼즈(구 미쓰비시광업)는 2016년 2차 대전 강제동원 노동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배상금으로 중국 피해자나 그의 가족에게 1인당 1만5000달러를 지급했습니다. 또 2007년 일본 최고재판소가 화해를 권하자, 니시마츠 건설은 소송 당사자도 아닌 피해자 전원에게 배상했습니다. 일본이 중국에 대한 사죄·배상에 적극적인 이유는 중국 정부가 일본에 비판적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하지만 박진 외교부 장관은 “과거사와 관련해 새로운 사죄를 받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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