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 추진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소상공인들이 여유를 찾기까진 시간이 한참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 고충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인데요. 당장 다달이 나오는 전기·가스요금 고지서와 더불어 근로기준법의 확대 적용 예고도 소상공인들에게 공포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전통시장 관계자들은 7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한 '소상공인·전통시장 민생 간담회'에 참석해 고충과 건의사항을 논의했습니다. 이날 공통으로 언급된 부분은 고금리, 고물가에 이어 난방비, 전기료 인상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인한 비용 부담 증가였습니다. 소상공인 관련 단체나 업종별로는 구체적으로 호소하는 내용이 달랐습니다.
정경재 대한숙박업중앙회장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대책으로 숙박업에 대한 산업용 공공요금 적용을 요구했습니다. 정 회장은 "가스요금, 전기요금의 분할납부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은 뒤 "3월 들어 공공요금이 많게는 30~40% 많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숙박업의 경우 플랫폼 진입으로 인한 피해와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하락, 인건비 상승, 각종 비품 물가 상승, 수도·가스·전기 요금 인상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습니다.
숙박업을 30년 이상 운영해 온 정 회장은 관광산업의 관점에서 숙박업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해외의 경우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항공료도 낮추고 있다"며 "우리도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숙박업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산업용 요금을 적용해 난방비·전기료 걱정 없이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지난 2일 서울 시내의 한 전통시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코인노래연습장을 운영하는 경기석 전국지역및골목상권활성화협의회장은 TJ미디어의 횡포를 언급했습니다. 경 회장은 "반주기 제조사는 TJ미디어, 금영엔터테인먼트 두 곳이 있으나 코인노래연습장의 98%는 TJ미디어가 독점하고 있다"고 운을 뗀 뒤 "TJ미디어가 코인노래연습장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매년 새로운 반주기를 출시하며 20%에 달하는 가격인상을 단행하고 기존 반주기는 단종시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마이크, 앰프, 스피커 등 코인노래연습장 각종 장비도 올해 20% 가격인상을 단행했다"며 "십여 년 만에 오르긴 했지만 올해는 신곡 업데이트비용도 30% 대폭 인상됐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경 회장은 오름폭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TJ미디어의 독점적 구조에 따른 부작용을 문제 삼았습니다. 그러면서 중기부 등에서 신곡 업데이트 비용 등 가격 인상 억제 조치를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밖에 정부가 2023년 업무보고에서 밝힌 근로기준법의 5인 미만 사업장 단계적 확대 적용에 대해서도 소상공인들의 우려가 큽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중기중앙회·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면 연차휴가, 연장근로 가산임금 규정 등으로 연간 1500만원 이상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소공연은 최저임금 부담, 코로나19, 삼중고, 난방비 급등 등 복합위기 상황으로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지불 능력은 이미 한계치에 달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이런 상황에서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하면 소상공인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행정적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근로기준법, 소상공인 확대적용과 시사점'에 대해 연구한 장은정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은 면밀한 입법·정책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영세 소상공인들이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법의 일괄 확대 적용은 사용자와 근로자 양쪽 모두에게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장 부연구위원은 "사용자의 부담능력을 감안해 시급히 적용돼야 할 조항을 결정하고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