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형 고등학교에 입학한 학생이 있습니다. 아빠가 검사인 다른 학생은 2017년, 이 친구를 1년 가까이 괴롭힙니다.
괴롭힘의 내용은 '검사 아빠' 정순신이 강원도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의 판결문(춘천지방법원 2018구합51391)에 잘 나와 있습니다.
검사 아빠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피해학생이 주장하는 언어폭력 정도로 고등학교 남학생이 일반적으로 피해학생과 같은 피해를 입는다고 보기 어렵고, 본인(피해학생)의 기질이나 학업관련 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학교에 대해서도 재량권 남용이라고 일갈합니다. "폭력행위가 매우 심각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교육현장을 책임지는 학교는 가해학생에 대한 최대한의 선도와 교육을 한 후에도 선도가능성이 없을 경우에 한해 전학 및 퇴학조치를 해야 한다"
법원에서 증거로 채택된 해당학교의 학교폭력 사안을 조사한 보고서 내용 일부입니다.
"원고가 2017학년도 1학기 체력검사 이후부터 '돼지새끼'라는 폭언을 시작했다고 함. 주변 증언에 따르면 피해학생을 지칭할 때마다 자주 사용했다고 함" "'빨갱이 새끼'라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함" "'더러우니까 꺼져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함"
피해학생, 검사 아들 이름 언급마다 '패닉'
판결문에서 피해학생은 검사 아들의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패닉(온 몸 떨림 현상)에 빠지는 상태이며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극심한 불안 및 우울을 겪었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따른 불안 증세로 30%였던 내신이 학사경고를 받을 정도로 하락합니다. 2017년 12월 말부터 정신과 병원을 다닙니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해 집니다. 2018년 3월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법원은 ‘검사 아들과 아빠’의 소송을 어떻게 봤을까요. ‘기각’입니다.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고 본 겁니다. 대법원까지 가도 결과는 같습니다. 소송으로 시간을 끌면서 검사 아들은 서울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피해학생은 결석 등이 반복되면서 2020년에 가서야 뒤늦게 겨우 졸업장을 받았고, 대학진학에 실패합니다.
검사 아들 '학폭' 맞먹는 윤석열 정부의 '국폭'
그런데, 요즘 '학폭'과 맞먹는 '국폭'이 벌어지고 있네요. 윤석열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입니다.
가해자는 일본입니다. 피해자는 한국이죠. 정확하게는 한국인이라고 하는 게 맞겠네요. 일제 강점기 시절 미쓰비시와 신일본체철 등 일본 제국주의 회사에 강제로 끌려가 임금은커녕 인간 이하 대접을 받은 배상을 일본 회사에 내놔라 했더니, 한국 정부가 손해배상금을 ‘제 3자 변제’, 즉 국내 기업이 대신해서 배상하고, 나중에 해당 일본 기업에 받아 오라는 겁니다. 우리 기업이 이걸 일본 기업에 받아낼 수 있겠습니까. 줄 것 같으면 진즉 줬죠.
이 과정에서 대통령을 두둔하는 세력은 ‘일본의 식민지를 거쳤기에 한국이 근대화됐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기다렸다는 듯이 내뱉습니다.
강제징용에 몸서리치는 피해자는 속된 표현으로 인생 말아먹고, 평생 잊을 수 없는 아픔에 시달려야 합니다. 검사 아빠를 둔 가해학생이 승승장구할 때 피해학생은 사람으로 태어난 것에 대한 자괴감에 치를 떨었을 겁니다. 이들은 세월이 고통입니다.
갑자기 학폭을 다룬 드라마 ‘더 글로리'의 대사가 떠오르네요.
가해자인 연진이 말합니다. “너 같은 것들은 가족이 제일 큰 가해자인데, 왜들 딴데 와서 따질까?”
지금 일본이 한국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보는 시선이 이렇지 않을까요. 국민을 지켜야 할 정부가 당신들 가해자인데, 왜 딴데 와서 따지냐고. 대한민국 정부는 지금 국민을 상대로 '국폭'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오승주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