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3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사진)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정부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배상 해법 발표로 '대일 외교 참사'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리스크'가 수면 위로 부상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한미·한일 연쇄 정상회담과 맞물려 정부가 미국 주도의 '대중국 견제 협의체'인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 실무그룹 참여를 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인데요. 미국의 중국 포위 구상에 밀착하는 외교 행보로, 향후 '대중 리스크'가 윤석열정부를 포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외교참사 논란 속 반중전선 '쿼드' 불 지핀 윤석열정부
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다음 달 2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미국을 국빈 방문합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7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워싱턴특파원 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의 국빈 미국 방문을 계기로 한미동맹의 대북 핵억제 실행력을 한층 강화할 방안을 적극 모색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 같은 미국 산업정책 이행 과정에서 주요 동맹인 한국의 기업이 불공평한 대우를 받거나 예기치 못한 불확실성에 직면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긴밀히 소통해서 필요한 조치를 모색하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쿼드의 실무그룹 참여도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특파원들을 만나 한국의 쿼드 실무그룹 참여와 관련해 "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쿼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참여에 적극 공감한다"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쿼드 참여를 사실상 공식화한 겁니다.
쿼드에 한국이 참여한다면, 윤 대통령으로서는 '대일 리스크'에 이어 '대중 리스크'까지 껴안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강제동원 배상 해법에 대한 국내 비판 여론이 강한 상황에서 피해자 측과 정부의 추가 법적 다툼으로 만에 하나 배상안의 수정이 불가피해지면 한일 관계는 이전보다 더욱 안 좋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지난해 11월15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
쿼드 참여시 한중 관계 악화…반도체 등 경제시장 악영향
여기에 한국의 쿼드 참여시 한중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 입장에서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동참하는 행보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입니다. 한중관계는 악화는 한국의 경제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엇보다 중국은 국내 반도체 수출의 약 40%(홍콩 포함 60%)를 차지하며, 최대 소비 시장으로 꼽힙니다. 국내 기업들의 메모리 생산 거점이기도 합니다.
윤 대통령은 강제동원 해법 발표를 계기로, 미일 정상과의 회담 일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달 중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고, 다음 달 26일에는 미국을 국빈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게 됩니다. 또 5월에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받아 한미일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미일 3국의 밀착 행보에 최근 중국의 반응도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윤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 대해 '몽유병에 걸렸다' 거친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한미일 연대의 본격화를 막는 견제 의미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한 통화에서 "쿼드 가입은 후보 시절부터 윤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쿼드에 들어가야 완성이 된다"며 "미국도 이제 쿼드를 반중 동맹으로 만들고자 하면 한국이 필요할 것이고, 한국이 쿼드에 참여하면 중국과의 관계는 계속 어려워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