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오늘(9일)은 윤 대통령 당선된 지 1년이 되는 날입니다. 윤 대통령의 지난 1년 간 행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문재인정부와 정확하게 반대의 길을 갔고 아군과 적군을 나누는 정치를 했습니다
외교·안보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재인정부가 ‘전략적 모호성’을 내걸고 균형 외교를 추구했다면, 윤석열정부는 ‘전략적 선명성’을 추구합니다. 중국·북한과 ‘적’이 되고 미국·일본의 동맹이 되는, 피아를 가르는 외교입니다. 특히 최근엔 이를 위해 일제 강제동원 문제 등 과거사에서 저자세 외교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반대로 북한과는 극한의 대립 양상을 보이면서 한반도에 전쟁 위기까지 거론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참석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 대통령 “일본, 가까운 이웃”…미국 구상대로 흘러가는 한국 외교
윤 대통령은 집권 첫 해인 지난해 8·15 광복절 기념사에서 “일본은 이제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광복절에 통상 나오던 극일 메시지조차 뺐습니다. 올해 3·1절 기념사에서는 한술 더 떠 일본에 대해 “3·1운동 이후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일본은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협력 파트너로 변했다”고 강조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역시 3·1절 기념사에 나와야 할 일본에 책임있는 자세 요구 메시지는 일절 없었습니다.
반면, 일본은 냉담한 모습을 유지해, 윤 대통령의 ‘저자세 외교’가 비판대상이 됐습니다.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참석했을 당시 한일 정상회담이 좌초될 상황에 놓이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머물고 있는 건물로 직접 찾아가 30분간의 약식회담을 했습니다. 이후 대통령실은 한일 양국이 정상회담을 했다고 밝혔으나, 일본은 “비공개 간담”이라고 평가 절하해 망신만 당했습니다.
지난 6일에는 강제동원 문제 해법이라며, 제3자 변제 방식을 꺼내들어 또 다시 ‘저자세 외교’ 논란이 일었습니다. 특히 전범기업이 배상에 불참한다고 확정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강제동원 해법을 발표, 결국 일본이 단 한 발도 양보하지 않은 셈이 됐습니다. 게다가 같은 날 윤석열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중단와 수출규제 조처 정상화도 진행하면서 일본에 추가 양보까지 했습니다.
그야말로 일본의 ‘완승’입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28일 도쿄에서 열린 중의원 예산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일본 중의원은 방위비 약 66조 원을 포함한 1천100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승인했다. (사진=뉴시스)
향후 윤석열정부는 남은 한일 갈등 현안에서도 모두 저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본은 강제동원 해법 발표 다음날인 7일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니가타현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갈등 현안에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한 겁니다.
윤 대통령은 이토록 일본에 극진한 이유를 ‘한미일 공조’ 강화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미국은 한일 양국이 갈등 현안을 조속히 매듭짓고 3국이 함께 대중국 압박에 나서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실제 한국과 일본이 강제동원 해법을 발표한 지 1시간여 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환영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습니다.
최종건 전 외교부 1차관은 지난 7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 일본은 그 사실을 확인한 적도 없었고, 사과한 적도 없다”며 “(이번 발표로)역사 문제에서 일본은 쏙 빠지고 우리끼리 지지고 볶게 만들었다”고 탄식했습니다.
또 최 전 차관은 “이제 한미포괄동맹 이상으로 지역 안보체제를 강조하는 파트너십을 이야기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한미일 협력이라는 군사적 영역으로 확실히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그 다음 수순은 북한의 위협을 상당히 과하게 포장할 것”이라며 한반도 긴장 가속화를 우려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26일부터 3월 1일 사이에 촬영하고 공개한 사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열린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정부 “북한과 북한정권은 우리의 적”…높아지는 한반도 긴장
윤 대통령은 사실상 북한과 중국은 ‘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발간된 윤석열정부의 첫 국방백서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이 6년 만에 부활했습니다. 또 국방백서 ‘일반부록’에 실렸던 9·19 군사합의 합의서는 빼고 ‘북한의 9·19 군사합의 주요 위반사례’만 담겼습니다. 문재인정부 때와 달라진 남북관계와 대북정책 기조를 반영한 결과입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북정책으로 ‘담대한 구상’을 발표했습니다. 핵심은 비핵화 진전에 따라 경제·정치·군사 분야에서 동시적·단계적으로 상응 조처를 한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비핵화의 구체적인 방안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만 받았습니다.
윤석열정부는 특히 새해 들어 북한과 대립을 가속화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달부터 미국 전략자산을 투입한 한미 연합훈련을 실시합니다. 문재인정부에서 2018년 남북 화해 분위기에 맞춰 중단한 연합훈련을 부활시키는 것으로 양국 해병대가 참가하는 쌍륙상륙훈련을 사단급 규모로 확대 실시하는 등 20여개 대규모 야외 실기동 연합훈련(FTX)를 과거 ‘독수리훈련’(FE) 수준으로 실행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북한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18일 한미 연합훈련에 대응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20일에는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쏘아올렸습니다. 반면 미국은 자신의 본토가 북한의 ICBM 사정거리 안에 들어가면서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입니다. 미국은 북한이 태평양 지역으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즉각 격추할 것이라고 했고, 이에 대해 북한은 “명백한 선전포고로 간주될 것”이라고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한반도 안보 불안이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 정부의 외교적 해법이 작용할 여지는 낮아지고 있습니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뉴스토마토>에 “윤 대통령이 일관되게 친구와 적을 나누는 외교를 추구하고 있는데, 그 결과 미국이 한국 외교의 실권을 쥐고 있는 듯한 인상을 풍기게 됐다”며 “이런 외교 방식이 지속되면 향후 한국 패싱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또 김 전 원장은 “윤석열정부는 북한이 다음주부터 예정된 한미 연합훈에 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보고, 이를 부각시키면 강제동원 문제 해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이쯤 발표한 것 같다”며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는 정확한 전략일지 모르지만 한반도 전체를 위기에 빠트리는 것은 비판받아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