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발언 중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윤혜원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체포동의안 반란표 패닉'이 채 가시기도 전에 측근의 사망이라는 풍파와 또 마주했습니다. 최근 자신을 향한 사퇴론 등이 주기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막다른 코너에 몰린 모양새입니다.
숨진 전 비서실장 유서…"이재명, 정치 내려놓으시라"
10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이었던 전모씨가 지난 9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전씨는 이 대표를 가까이 보좌한 인물로 최근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유서에서 이 대표를 향해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으시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여권은 이 대표 주변 인물 사망이 벌써 다섯 번째 발생하자 이 대표가 이와 무관치 않다고 공격했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민주당 대표로서 과연 직무수행을 하는 게 적합한지에 대한 많은 심사숙고가 필요하다"고 몰아세웠고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죽음의 행렬을 멈추는 유일한 방법은 이 대표의 진실고백"이라며 "이 대표는 언제까지 침묵으로 일관하려는가"라고 주장했습니다.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이재명의 늪'에서 더는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측근의 갑작스러운 사망이 또 이어지자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전씨의 빈소 일정을 추가했습니다. 하지만 애초 언론에 공지했던 오후 1시에 조문하지 못하고 지연됐습니다. 유족이 이 대표의 조문을 거부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이 이번 전씨의 사망을 자신과 연결시키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는 "이게(전씨가 사망한 게) 검찰의 과도한 압박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이냐. 수사 당하는 게 제 잘못인가"라며 "아무리 비정한 정치라고 하지만, 이 억울한 죽음들을 두고 정치도구로 활용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비명계 사퇴 요구 속 '초대형 악재' 만난 이재명
이 대표는 지난달 27일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비명(비이재명)계가 자신을 향해 사퇴, 당직 개편 등을 요구하면서 막다른 길에 내몰린 상황입니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당이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계속 안고 갈 수는 없다는 논리에 침묵만을 지켜왔습니다. 이 와중에 급기야 측근의 사망이라는 초대형 악재까지 터지며 더 어려운 상황에 놓였습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사진=연합뉴스)
계속되는 측근 사망에 이 대표를 향한 당내외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합니다. 비명계 한 의원은 본지와 한 통화에서 "당에서 먼저 발끈·흥분해서 (검찰을 겨냥한) 메시지를 내는 게 국민 정서에 맞는지 모르겠다"고 직격했습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 대표로서는 초대형 악재를 만난 것으로 설사 검찰이 (고인을) 압박했든 어찌 됐든 자신과 관련된 사람이 자신과 관련된 일로 5명이 죽었다면 할 말이 없는 것"이라며 "이 대표와 민주당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국민 정서에 부응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개인 영역을 공적 영역과 연결 짓는 것은 과도한 정치 공세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계파 색이 옅은 한 중진 의원은 "슬프고 애통한 일이지만, 사적 영역을 공적 영역으로 연결 짓고, 사퇴하라고 하는 것은 확대 해석이자 정치적 해석에 불과하다"고 말했고, 지도부에 속한 한 의원도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고인에게)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본다"며 "검찰이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현 검찰 수사가 먼지 터는 정도가 아니지 않느냐"고 비판했습니다.
김광연·윤혜원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