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대중 수출규제 동참…삼성·SK 중국 레거시 ‘가시권’

네덜란드, 대중국 반도체 기술 통제 공식화
일본도 조만간 수출 규제 발표

입력 : 2023-03-13 오후 4:19:35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네덜란드 정부가 국가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반도체 기술 수출 계획 마련에 나서면서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 규제가 효력을 띄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대중 수출 제한을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효력이 발휘되기 위해선 글로벌 반도체 장비 산업을 장악하고 있는 네덜란드, 일본 정부의 동의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네덜란드 정부가 ‘수출 계획’ 마련을 발표하며 미국 뜻에 동참하겠다고 공식화한 것입니다. 일본 역시 조만간 규제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13일 외신과 업계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최근 특정 반도체 생산 장비에 대한 기존 수출 통제 규정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습니다. 보고서에는 중국이나 자국 업체인 ASML의 명칭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ASML이 생산하는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기술이 영향 받을 것이라고 명시했습니다. 
 
DUV 장비는 불화아르곤(ArF)을 이용해 자외선으로 반도체 웨이퍼 위에 미세 회로를 그려내는 설비입니다. 10나노미터(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에서 40nm 미세 공정에 폭넓게 사용됩니다. DUV 보다 한 단계 높은 미세회로를 그릴 수 있는 최첨단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는 10nm 이하 공정에서 사용됩니다. 중국 반도체 기업 SMIC는 20nm대에서 DUV를 활용해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삼성·SK 중국서 최첨단 반도체 사실상 생산 불가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 2019년부터 ASML의 EUV 노광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해왔는데, 이번에 DUV까지 규제하면서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의 폭이 더 확대됐습니다.
 
네덜란드가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에 동참함으로써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의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반도체는 레거시(구형 공정)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현실화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일본 역시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 일부를 도입하기 위한 계획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네덜란드에 이어 일본까지 동참한다면 사실상 중국에서 첨단 공정으로 반도체를 생산하기란 불가능합니다.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KLA, 램리서치 등 3개 주요 반도체 장비 기업과 일본 도쿄 일렉트론, 네덜란드의 ASML은 전 세계 반도체 장비 산업을 장악하고 있어 이들 3개국의 장비 없이는 최첨단 반도체 생산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4월에 중국 한층 더 옥죄는 규제 발표
 
여기에 오는 4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한층 더 강화하는 통제 방안이 발표될 예정인데, 이 방안에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동참이 담길 지도 지켜봐야 하는 대목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은 10일(현지시간) 새 규정 도입 시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하는 반도체 장비는 기존 17개에서 2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미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네덜란드와 일본이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에 동참하면 중국 입장에선 반도체 장비 반입이 막히게 되기 때문에 우회적으로 한국 반도체 장비 기업들에게 손을 내밀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상황을 미국이 고려한다면 미국의 한국 반도체 장비 기업 동참 요구도 유력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현재 상황에선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중국 생산시설을 축소하고 나아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철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공장에서는 100단 이상의 6세대급 낸드플래시가 생산되는데 이는 삼성전자 전체 낸드플래시에서 40% 이상을 차지합니다. 중국 쑤저우에는 삼성전자의 패키징 생산 시설이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다롄과 우시에 각각 낸드플래시와 D램·8인치 파운드리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우시에서 생산되는 SK하이닉스의 D램은 50%를 차지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대중국 수출 규제에 대한 미국의 속도와 강도를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중국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경우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한만큼 기업입장에선 강력한 외교력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진=삼성전자)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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