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왼쪽)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오전 국회 민주당 대표회의실을 찾아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면담 전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각자의 자리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악연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5일 첫 회동을 가졌습니다. '민생 협력'이라는 큰 틀에서 공감대를 이루며 협치를 다짐했지만, 대일해법, '쌍특검'(김건희·대장동 50억 클럽 특별검사) 등 주요 정치 현안을 놓고 간극이 여전히 큽니다.
김기현 "민생 여야 함께"…이재명 "적극 협조"
김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40분 취임 인사차 국회 내 민주당 당대표실을 찾아 이 대표를 만났습니다. 김 대표는 "민생이나 국가 안정 등 기본적 문제에서 (여야가) 같이 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손을 내밀었습니다. 이에 이 대표는 "여야의 입장을 떠나서 정부여당에서 제시하는 안건들이나 정책에 대해서도 퇴행적이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더 나은 국민의 삶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언제든지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습니다.
두 사람은 지난 2021년 9월만 해도 서로 대척점에 서 있었습니다.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 공세에 나선 김 대표(당시 원내대표)를 향해 "봉고파직(관가의 창고를 봉하고 파면함)에 더해서 남극 지점에 위리안치(죄인을 귀양 보내 울타리를 치 집에 가둠)를 명하겠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김기현(오른쪽)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오전 국회 민주당 대표회의실을 찾아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년 전과 달리 이날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으나 시작한 지 겨우 27분 뒤인 오전 11시7분 종료됐습니다. 두 대표의 모두발언 시간이 약 10분 정도였던 것을 감안할 때 양당 대표가 머리를 맞댄 시간은 17분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여전히 양당 간 거리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김기현도 이재명도 집안문제 골치…쌍특검 뇌관까지
회동장 바깥에서는 여전히 현안을 놓고 서로를 향해 으르렁댔습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에 대해 "민주당의 무책임한 반일 선동 죽창가 타령은 '과거의 늪'에서 나오지 않겠다는 망국적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한 반면, 임오경 민주당 대변인은 "윤석열정부의 굴종외교에 국민은 모욕을 느낀다"고 꼬집었습니다.
앞으로 과제 역시 산적합니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쌍특검은 언제든지 여야 대립을 불러올 수 있는 사안입니다. 민주당이 이를 계속 추진할 시 여야가 이번에 약속한 협치는 그대로 깨질 수밖에 없습니다.
김기현(가운데)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오전 국회 민주당 대표회의실을 방문, 이재명(왼쪽) 민주당 대표와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별도로 양당 대표의 눈앞에도 과제가 놓여 있습니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 이후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강조하고 있지만, 지도부 구성과 당직자들이 친윤(친윤석열)계 위주로 구성됐다는 지적을 해소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이날 오후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하며 잡음 없는 '보수 통합'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달 자신의 체포동의안 반란표 사태로 인해 불거진 당 내홍을 수습하는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전날 '당원존 라이브' 행사에서 '개딸'(개혁의 딸) 등 강성당원이 가결표 의원 색출 등을 시도한 것을 두고 "집안에 폭탄을 던지는 것과 같다"고 자제를 요청했고, 이날 오후 당내 최대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와 간담회에서 "정당의 내에 다양한 목소리는 정당의 본질"이라며 "더미래 말씀을 허심탄회하게 듣고 저도 하고 싶었던 말들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