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중도금 대출 분양가 상한 기준 폐지로 지역 간 청약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국내 주택 시장의 풍토 속에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의 고가 분양 주택 수요는 확대되겠지만, 상대적으로 혜택이 없는 지방의 경우 미분양 우려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21일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중도금 대출 분양가 상한 기준 및 인당 중도금 대출 보증 한도 규정이 이달 20일부터 폐지 적용됐습니다.
정부는 지난 2016년 8월부터 분양가 9억원이 넘는 주택에 대해 중도금 대출을 제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11월 중도금 대출 보증 상한선을 12억원으로 완화한 데 이어 이번에는 아예 상한을 없앴습니다.
아울러 기존에 5억원으로 제한됐던 인당 중도금 대출 보증 한도도 폐지됐습니다. 중도금 대출은 분양가의 최대 60%까지 가능했지만, 10억원을 넘는 고가 주택의 경우 대출 금액이 최대 5억원으로 제한돼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번 조치로 올해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에 예정된 12억원 이상 분양 단지들은 청신호가 켜질 전망입니다. 세부적으로 강남구 도곡동 '도곡삼호' 308가구,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641가구, 서초구 방배동 '방배삼익' 721가구, 송파구 신천동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 2678가구 등은 연내 분양이 계획된 단지들입니다.
특히 중도금 대출 제한 폐지는 기존 단지에도 소급 적용됩니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전용면적 84㎡의 경우 분양가가 12억~14억원 선인데 이 역시 대출이 가능합니다. 사실상의 이번 방안의 첫 수혜 단지입니다.
업계에선 이번 조치로 분양 시장의 양극화가 커질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월 전국 아파트 미분양은 7만5359가구로 전월(6만8148가구) 대비 10.6%(7211가구) 증가했습니다. 이는 지난 2012년 11월(7만6319가구) 이후 10년 2개월 만의 최다 규모입니다. 이 중 지방은 6만3102가구로 전체 83.7%를 차지하며, 전월(5만7072가구)보다 10.6%(6030가구) 늘었습니다.
실제 지난 1월 청약에 나선 대구시 동구 '힐스테이트 동대구 센트럴'의 경우 총 478가구 분양에 28명만 청약에 나서며 전체 0.0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습니다. 또 전북 익산시 부송동의 '익산 부송 데시앙'은 727가구 모집에 전체 0.18대 1에 불과한 경쟁률을 나타냈죠.
김병기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국내 주택 시장에서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는 상황에,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고가 주택의 청약 쏠림 현상을 촉발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서울 강남 3구나 용산 일대의 분양 단지를 찾는 수요층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입주 예정 대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