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김성은 기자] 이달 2일부터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되는 것은 물론, 서민·실수요자의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6억원)도 폐지됩니다. 정부가 침체된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 같은 다주택자 대상 대출 규제 완화가 부동산 시장의 상승 반전을 이끌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여전한 이상 규제 완화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규제지역 다주택자 LTV 30%까지 허용
업계에 따르면 그간 대출이 불가능했던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30%까지 허용됩니다. 또 비규제지역에서는 LTV 60%가 적용됩니다.
아울러 전 지역에서 막혔던 주택 임대·매매 사업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도 허용됩니다. 규제지역은 LTV 30%, 비규제지역은 LTV 60%까지 가능합니다.
보증금 반환 목적 대출에 적용된 투기·투기과열지역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한도 2억원도 폐지됩니다.
규제지역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전입 의무, 2주택 보유 세대의 규제지역 담보대출 취급 시 다른 보유 주택 처분 의무, 3주택 이상 보유 세대의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금지 규제도 사라집니다. 또 서민·실수요자의 규제지역 내 주택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 6억원도 폐지됩니다.
이는 부동산 시장이 지난 하반기 이후 급격히 냉각되며 우리 경제 전반의 침체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입니다. 다주택자를 투기꾼에서 주택 공급자로 시각을 전환하고, 이들 계층의 거래 활로를 마련해 시장 정상화를 유도하겠다는 복안이죠.
고금리·DSR 여전…"시장 반전 무리"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분위기 속에 다주택자의 규제를 풀어주는 것만으로는 획기적인 시장 흐름의 반전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입을 모읍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다주택자의 매매를 이끌어 부동산 가격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이해가 간다"면서도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분위기 속에 수요층이 대출을 늘리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금융 당국의 DSR 규제도 계속 이어져 이번 다주택자 대출 규제 완화만으로 시장이 반등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중저가 아파트 위주로 거래가 많이 이뤄지는 가운데, 이번에 기준금리가 동결되고 대출금리도 낮아진 상황이다. 이번 규제 완화책은 실수요 입장에서 활용할 만한 여지가 있다"면서도 "저금리 때보다 금리가 높고, DSR 규제가 강력해 (수요층이) 활용할 수 있는 금액 범위는 크게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는 청약을 비롯해 수요를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잡고 있는데, 거래가 된다 해도 집값이 오르진 않고 있다"며 "거래를 늘려야 부동산 시장이 선순환된다는 점에서는 불가피하게 필요한 조치이긴 하다. 하지만 현금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다주택자라도 대출을 받아서까지 투자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김효선 위원은 "부동산 시장의 회복 가능성과 관련해 다음 금리 인상 여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와 미국 정책금리 간 차이가 여전히 크다"며 "향후 금리 흐름이 안정적이라면 수요층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지만,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경우 이들의 불안심리도 지속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도 "이번 정부 방안으로 인해 거래는 조금 늘어날 수 있지만, 이 같은 흐름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일부 호가 상승 움직임이 있겠지만 급매물 위주의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특히 권 팀장은 실수요층의 주택담보대출 폐지가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라고 했습니다. 그는 "아무래도 정부 입장에서 주택담보대출 허들을 다 풀어주게 되면 자칫 시장에 '빚잔치'하라는 시그널로 비칠 수 있다 보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거래를 확대하는 측면에서는 푸는 것이 맞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한편으로는 부담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수요자 측면에서도 고민이 많다. 최근 수년간 집값이 크게 올랐다가 근 1년 사이에 확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계층은 매수 타이밍을 포착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에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기에는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부동산 시장 약보합세 지속된다"
올해 부동산 시장은 고금리 여파로 현재 같은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됩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주택담보대출이 완화되면 갈아타기나 주택 구입을 계획했던 사람들의 자금 조달 숨통이 트여질 것"이라며 "다만 이런 수요들이 큰 폭으로 늘기엔 시장이나 금리 상황이 호의적이진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주택자 등 투자수요의 경우 빚을 내서 투자해도 월세나 전셋값을 올려 받기 어려운 업황인데다,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고려하면 남는 것도 별로 없다"며 "그렇다고 집값 회복기를 마냥 기다리기도 쉽지 않다. 운용수익, 자본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성환 부연구위원은 "올해 부동산 시장은 현재와 같은 기조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며 "가격의 경우 하락폭이 둔화되며 약보합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금리를 가늠할 수 있는 안정권에 들어서야 시장에 변화가 일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다주택자 대상 대출 규제 완화에 대한 건설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 인포그래픽. (제작=뉴스토마토)
김충범·김성은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