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청약·경매 '꿈틀'…"거래절벽 끝났나"

각종 지표 회복 조짐…"가격 바닥 다지기 신호탄?"
정부의 규제 완화, 금리 동결로 시장 숨통 트여
경기 침체, 고금리 기조 여전…'바닥론' 거론 시기 상조

입력 : 2023-03-1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김성은 기자] 최근 집값, 청약, 경매 등 각종 부동산 지표가 회복되는 흐름을 보이고 수요층이 증가하면서 '시장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최근 분위기는 경기 침체와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극심한 거래 침체가 내 이어졌던 지난해 하반기와는 사뭇 다른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정부가 연이어 부동산 규제 완화책을 펼치고,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연 3.5%인 기준금리를 모처럼 동결한 점도 주택 시장의 숨통을 틔웠습니다.
 
하지만 업계는 시장이 진정 바닥을 찍었는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미국의 긴축 흐름에 따른 우리나라의 금리가 추가로 오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거래도 아직은 저가 매물에 국한돼 섣부른 시장 반등을 예견할 수 없다는 분석입니다.
 
서울 중심 매매·분양·경매 등 각종 지표 회복 조짐
 
최근 부동산 시장은 서울을 중심으로 각종 지표가 꿈틀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1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21% 내리며 전주(-0.24%)보다 낙폭이 둔화했습니다.
 
특히 송파구는 0.03% 오르며 서울 자치구 25곳 중 처음으로 상승전환했고, 서초는 0.01% 내리며 보합권에 진입했습니다. 무엇보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12월 26일 -0.74%를 기록한 이후 10주 연속 하락폭이 줄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울러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7.4로 전주(66.3) 대비 1.1 올랐습니다. 매매수급지수가 100 이하라는 것은 시장에서 집을 매매하려는 사람보다 매도하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뜻합니다. 매매수급지수는 연초부터 약간씩 등락은 있지만 대체로 우상향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파트 매매수급지수 그래프. (제작=뉴스토마토)
 
거래량도 증가 추세입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해 11월 761건, 12월 1001건, 올해 1월 1161건으로 3개월 연속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처럼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가 호전된 데는 연초 정부의 '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강남·서초·송파·용산을 뺀 서울 전 지역의 부동산 규제지역 해제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또 지난 1월 말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한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된 점도 매수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입니다.
 
청약 시장의 흐름도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7일 무순위 청약에 돌입한 영등포구 양평동 '영등포자이디그니티'는 98가구 모집에 1만9478명이 몰리며 무려 평균 198.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또 이달 8일 진행된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경우 일반분양에서 미계약된 899가구 대상 무순위 청약에 4만1540명이 신청하며 46.2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습니다.
 
이 단지는 지난 1월만 해도 초기 계약률이 70%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모집에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말 정부의 주택공급규칙 개정으로 무주택, 거주 요건 등이 모두 폐지된 후 무순위 청약이 시행되면서 수혜를 입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 밖에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경매 시장도 활기가 도는 분위기입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평균 응찰자 수는 8명으로, 지난해 10월 2.6명 이후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내외 하락 요인 상존…'바닥론' 논하기 일러
 
이처럼 각종 지표가 상승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의 전면적 상승 반전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분명 극도로 침체된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해 회복되는 흐름은 맞지만 대내외 리스크가 만만치 않아 이 같은 흐름이 일시적일 수 있다는 제언도 나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주택 시장 흐름은 낙폭이 과다한 특정 지역들이 바닥을 다지면서 매물 소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며 "경기 침체, 역전세난, 고금리 등 하락 요인이 많아 주택 시장은 여전히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바닥론에 대해 언급하기엔 시기 상조라고 본다. 아직 금리가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고 경기 침체도 심각한 상황"이라며 "게다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여전히 남아있는 점에서 일부 저가 매물의 소화만을 가지고 전망이 긍정적이라 속단하기엔 무리"라고 진단했습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바닥을 다진다고 할 수는 있지만 현재가 최종 바닥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근본적인 문제인 금리 인상 랠리가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다"며 "매도자들은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반면 매수자들은 추가 하락을 염두에 두고 있어 주택 거래량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 같다. 집값 변화는 당분간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습니다.
 
김 소장은 "이 같은 기조는 3년 동안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시 저금리 기조로 돌아가는 데 시간을 고려하면 집값 상승까지 몇 년은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현재 주택 시장이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가운데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면 우리도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며 "현재 지표 개선은 규제 완화 영향과 그동안 거래가 되지 않았던 지역에서 거래가 발생하면서 나타나는 착시일 수도 있다. 금리가 안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이는 내년 초에나 상승을 언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장 회복에 있어 지역 간 온도차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부동산 시장 상황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날 것 같다. 지방의 상황은 한동안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수도권의 경우 더 심하게 조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가격 격차가 커 평년보다 거래량은 낮을 것 같다. 호가가 빠지지 않으면 가다 서다를 반복할 것"이라며 "금리 인상 속도가 둔화된 것은 사실이다. 금리가 변수인 것은 맞지만 적응 단계에 들어서면 작년만큼의 쇼크를 받을 것 같진 않다"고 전망했습니다.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김성은 기자 acechung@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김충범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