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민 10명 중 6명이 지난 16일 진행된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과거사를 외면한 굴욕적 회담"으로 평가했습니다. 보수진영의 지지 기반인 영남조차 절반 이상이 "굴욕적 회담"이라며 부정적으로 바라봤습니다. '한일 양국 간 미래를 여는 성공적 회담'이란 평가는 30%대에 그쳤습니다.
'보수 심장부' 영남마저도…절반 이상 "굴욕적 회담"
24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78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0.2%는 이번에 진행된 한일 정상회담을 '과거사를 외면한 굴욕적 회담'이라고 답했습니다. 반면 34.1%는 '양국 간 미래를 여는 성공적 회담'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잘 모르겠다'며 응답을 유보한 층은 5.7%였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정상회담을 통해 12년 만의 '셔틀 외교' 복원 등 양국 관계 회복을 선언했습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불화수소·불화 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의 수출 규제를 해제하기로 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일본 쪽 3개 품목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하고, 한일 지소미마(GSOMIA·군사정보보호협정)를 정상화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을 위한 한국 정부의 '제3자 변제안'과 관련한 기시다 총리의 직접적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습니다. 여기에 독도 영유권·위안부 합의안·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문제가 한일 정상 간 논의됐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이어지며 논란이 일었습니다. 대통령실에선 독도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논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은 상황입니다.
조사 결과를 연령별로 보면 60대 이상을 제외하고 모든 세대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굴욕적 회담'으로 평가한 응답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40대에선 무려 70% 이상이 부정적으로 바라봤습니다. 20대는 '성공적' 27.8% 대 '굴욕적' 66.0%, 30대는 '성공적' 33.6% 대 '굴욕적' 63.8%, 40대는 '성공적' 19.5% 대 '굴욕적' 75.6%, 50대는 '성공적' 26.8% 대 '굴욕적' 69.2%였습니다. 반면 보수 지지세가 강한 60대 이상에선 '성공적 회담'이란 평가가 절반을 넘었습니다. 60대 이상은 '성공적' 51.2% 대 '굴욕적' 40.2%였습니다.
중도층 64% "굴욕적 회담"…보수층 67% "성공적 회담"
지역별로도 충청권을 제외하고 모든 지역에서 '굴욕적 회담'이란 평가가 높았습니다. 특히 현 정부의 핵심 지지층이자, 보수진영의 심장부인 영남마저도 절반 이상이 '굴욕적 회담'이라고 답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대구·경북(TK)은 '성공적' 38.3% 대 '굴욕적' 53.9%, 부산·울산·경남(PK)은 '성공적' 35.9% 대 '굴욕적' 57.3%였습니다. 민주당의 지지 기반인 호남에선 70% 이상이 '굴욕적 회담'으로 평가했습니다. 광주·전라는 '성공적' 18.9% 대 '굴욕적' 77.5%였습니다. 이외 서울은 '성공적' 35.5% 대 '굴욕적' 57.6%, 경기·인천은 '성공적' 33.2% 대 '굴욕적' 63.1%, 강원·제주는 '성공적' 29.1%, '굴욕적' 60.7%로, '굴욕적 회담'이란 평가가 높게 나왔습니다. 대전·충청·세종은 '성공적' 44.8% 대 '굴욕적' 49.5%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성향별로 보면 민심의 풍향계로 읽히는 중도층에서도 60% 이상이 '굴욕적 회담'이란 평가를 내렸습니다. 중도층은 '성공적' 29.0% 대 '굴욕적' 64.0%였습니다. 보수층은 '성공적' 67.1% 대 '굴욕적' 26.0%, 진보층은 '성공적' 8.4% 대 '굴욕적' 88.4%로, 진영별로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가 확연히 달랐습니다. 지지 정당별로도 국민의힘 지지층은 '성공적' 87.1% 대 '굴욕적' 7.5%, 민주당 지지층은 '성공적' 2.0% 대 '굴욕적' 95.3%로, 평가가 엇갈렸습니다.
한편 이번 조사는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입니다. 표본조사 완료 수는 1061명이며, 응답률은 3.5%로 집계됐습니다. 올해 1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산출했고, 셀가중을 적용했습니다. 그 밖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또는 서치통 홈페이지(www.searchtong.com/Home)를 참조하면 됩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