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습니다. 가결을 공언했던 국민의힘에 더해 민주당에서도 찬성표가 나온 결과로 분석되는데요. 민주당은 여당의 ‘이중잣대’ 공세에 직면하며 ‘이재명 방탄’ 오명을 벗기 더 힘들어질 전망입니다.
찬성 160·반대 99…민주당서 최소 40표 이상 가결표
국회는 30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하 의원 체포동의안을 재석 281명 가운데 찬성 160표, 반대 99표, 기권 22표, 무효 0표로 가결했습니다.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라는 체포동의안 가결 요건을 넘긴 겁니다.
하 의원은 지난해 경남도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 경남도의원 후보자 공천을 도와주는 대가로 7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또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6차례 사천시장과 남해사무소 사무국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575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습니다.
하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여야는 자율투표를 결정했습니다. 다만 국민의힘은 ‘불체포특권 포기’를 이유로 찬성표를 독려했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불체포특권 포기가 당론과 진배없는 상황임을 감안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민주당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국민의힘(114석)과 정의당(6석)이 가결 표를 던져도 120석에 그치기 때문이죠. 전체 299석 중 150표를 넘겨야 하니, 민주당에서 최소 31개의 찬성표가 나와야 통과되는 상황이었던 겁니다. 이날 찬성표는 160개로 집계됐죠. 민주당에서 최소 40표 이상의 찬성이 나왔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30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 체포동의안에 관한 투표를 마친 뒤 기표소에서 나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내로남불’ 부담 불 보듯…이재명 영장 재청구시 ‘부메랑’
하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의 열쇠를 쥐었던 민주당은 정치적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번 체포동의안 표결은 민주당으로서는 고민거리였습니다. 하 의원 체포동의안을 가결하자니 이 대표나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전례와 비교되고, 부결하자니 부패 옹호나 불체포특권 남용과 같은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이 대표 방탄’ 비판을 정면 돌파하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애당초 민주당 안에서는 이날 표결 전부터 이 대표와 하 의원의 상황이 다르다는 기류가 흐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 의원은 여당 의원으로서 야당 소속인 이 대표와 달리 정치탄압의 소지가 없고, 두 사람이 받는 혐의도 다르다는 겁니다.
이로써 여당을 중심으로 민주당을 향한 ‘내로남불’ 지적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와 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을 ‘방탄’이라고 강력히 반발해왔죠. 아울러 야당 소속인 이 대표와 노 의원뿐 아닌 여당 소속인 하 의원에게 일관된 잣대를 적용했다는 명분도 이번 표결을 통해 얻은 셈이 됐습니다.
민주당이 또 다른 숙제를 떠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검찰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추가로 제출할 경우 현실화할 수 있는 대목인데요.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재차 표결에 부쳐지면, 하 의원 체포에 동의했던 전례와 비교돼 민주당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여당은 즉각 이 대표를 겨냥했습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 대표에게 묻는다. 오늘 체포동의안에 찬성하셨나”라며 “과거의 이재명은 불체포특권 포기를 약속했지만 지금의 이재명은 불체포특권 뒤에 숨어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유 대변인은 “과거와 지금의 이재명 중 누가 진짜 이 대표인지 국민은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이 대표는 아직 기소되지 않은 숱한 혐의들이 남아있기에 국회로 다시 체포동의안이 날아올 것이다. 그때 이 대표는 다시 불체포특권을 누릴 것인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