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학폭 가해기록 대입 정시·취업 반영, 교육적이지 않아"

국민의힘·정부, 당정협의회서 학폭 가해 기록 보존 기간 연장 의견 모아
교육계, 다른 미성년자 범죄와의 형평성 지적…"교육적 해결책 찾아야"
"처벌이 가해 학생에 대한 면죄부 될 수 있어…반성 못하는 환경 조성"

입력 : 2023-04-06 오후 2:21:24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국민의힘과 정부가 학교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가해 기록을 대입 정시 전형에 반영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취업 때까지 기록을 보존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하자 교육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학교 폭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엄벌주의로 가는 게 교육적으로 옳은 방향이냐는 겁니다. 아울러 미성년자를 보호하는 여러 장치들이 마련돼 있는 다른 범죄와 달리 학교 폭력만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견해도 나옵니다.
 
당정 "학생부 학폭 기록 보존 기간 강화, 책임 무겁게 하는 의미"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5일 국회 본관에서 '학교 폭력 근절 종합대책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의 중대한 학교 폭력 가해 기록 보존 기간을 더 연장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당정협의회 후 브리핑을 통해 "학생부 기록 보존 기간 강화는 학교 폭력의 결과가 대입 전형에도 영향을 미치게 해 그 책임을 무겁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기록 보존 기간을 취업 시까지 늘리는 방안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회의에서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향후 국무총리 주재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열어 '학교 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확정한 뒤 발표할 계획입니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학교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가해 기록을 대입 정시 전형에 반영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취업 때까지 기록을 보존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하자 교육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진은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학교 폭력 근절 종합대책 관련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교육계 "반성·사과한 학생 불이익 주는 게 교육의 역할인지 고민해야"
 
하지만 교육계는 정부의 엄벌주의 강화 기조를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학교 폭력 가해 학생의 사과와 반성 등 교육적인 목표를 이루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너무 처벌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룹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대변인은 "학교 폭력 기록 대입 정시 반영의 경우 이미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등에서 학교 폭력 기록 반영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충분히 할 수 있는 조치"라면서도 "취업 때까지 기록 보존을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현행 소년법에서는 소년범에 대한 보호 처분이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학생이 폭행·강간·강도·사기 등 형사 범죄를 저질러도 불이익 받는 게 없는데 학교 폭력 가해 학생만 불이익을 주는 것이 형평성에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진심으로 반성과 사과를 한 학생에게 끝까지 불이익을 주는 게 진정한 교육의 역할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 학폭 대책 논의 속도 빨라…학생부 기록 신중해야"
 
이형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도 "당정협의회에서 논의된 내용은 낙인에 가까운 폭력적인 처방이다. 처벌은 학교 폭력 가해 학생이 '나는 이미 처벌을 받았으니 할 만큼 했다'는 면죄부를 받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서 "정말 필요한 학교 폭력 대책은 학교에 이미 마련된 전담 기구가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라고 의견을 표했습니다.
 
교사 출신으로 학교 폭력 사건을 많이 다뤄온 법률사무소 '이유'의 박은선 변호사도 학교 폭력 문제의 해결 방법은 엄벌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학교 폭력 처분 내용을 학생부에 기재하게 되면 오히려 법적으로 더 강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어 가해 학생이 반성할 수 없는 환경만 조성된다"며 "처벌보다는 교육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정부가 학교 폭력 대책에 대한 논의를 너무 빠르게 진행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 부분은 장기적인 고민이 필요한데 정순신 사태를 가라앉히기 위해 너무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정순신 사태의 경우처럼 학교 폭력 가해 학생이 더 빨리 전학을 갔어야 하는데 절차가 지연되면서 피해 학생이 힘들었던 부분 등은 개선해야 하지만 학생부에 기록을 남기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학교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가해 기록을 대입 정시 전형에 반영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취업 때까지 기록을 보존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하자 교육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진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열린 '학교 폭력 사이버 폭력 예방 대국민 비폭력 캠페인'에 참여한 모습.(사진 = 교육부)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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