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에 대해 사실상 '잿빛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노 마스크 기대감이 컸지만 효과는커녕,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낮은 성장률 전망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하반기 경제성장률 하락 가능성이 여전한데다, 구조적 장기침체를 피할 수 없다는 부정적 관측이 커지고 있습니다.
9일 <뉴스토마토>가 국내외 기관들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수정치를 종합한 결과, 올해 평균 성장률 전망은 1.5%로 예상됐습니다. 지난달과 이달 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은 기관은 총 5곳입니다. 이들은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회예산정책처, 아시아개발은행(ADB),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입니다.
이는 앞전에 내놓은 종합 평균치인 1.7%보다 0.2%포인트 하락한 전망치입니다. 이 중 3곳의 전망치가 직전보다 더 낮게 추락했습니다.
AMRO는 이달 6일 '2023년 지역경제전망(AREO)'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 경제가 1.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지난 1월 1.9%보다 0.2%포인트 낮춘 수치입니다. AMRO는 민간 소비와 수출 둔화, 약한 설비 투자 등을 평가의 이유로 들었습니다.
OECD는 지난달 17일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을 1.6%로 전망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전망 당시의 1.8%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31일 발간한 '2023 경제전망 시리즈'에서 지난해 10월 전망 이후 변화된 국내외 경제 여건을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0.6%포인트 낮춘 1.5%로 예측했습니다.
ADB는 이달 4일 '2023년 아시아 경제 전망'에서 지난해 12월 전망치와 같이 1.5%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아시아 지역의 전망치를 기존보다 0.2%포인트 상향한 4.8%로 예상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ADB는 평가 요소로 글로벌 경기 둔화와 불확실성 등을 지목했습니다.
9일 <뉴스토마토>가 국내외 기관들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수정치를 종합한 결과, 올해 평균 성장률 전망은 1.5%로 예상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지난달 13일 피치도 지난해 12월 전망치와 같은 1.2%로 전망했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1.4%, 무디스(Moody's) 1.6%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이들 기관 외에도 지난달 말 기준 바클레이즈,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 씨티, 골드만삭스, JP모건, HSBC, 노무라, UBS 등 8개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의 평균 전망치는 1.1%로 여전히 낮습니다. 1%대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모습입니다.
정부는 상반기에 저조하고 하반기에 회복하는 이른바 '상저하고' 흐름을 예상하고 있지만, 현 경기 지표로 볼때 '상저하저' 견해가 우세합니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주요 기관들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물가 안정화가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로 원자재 수요가 늘어나고 OPEC 플러스가 감산 조치를 하면서 국제 유가가 다시 급등하는 것들이 결국은 물가 안정을 방해하는 요소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물가 안정화가 더딘 만큼 금리 인상 기조는 추가로 단행될 수밖에 없다"며 "고물가, 고금리에 따른 부담이 가중되다 보니 추가적인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기본적으로 1%대로 모두 저성장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성장률 변동보다는 불안한 요인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 주안점을 둬야 할 것으로 본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가계 부채와 기업 부채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이 비록 미국에서 발생하긴 했지만, 우리나라도 금융 시장에서 불안이 커지면 연쇄 도산 위험까지 이르는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주요 연구기관, 학계, 민간 등 중국 경제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통해 "중국은 주요 강대국 중 하나이자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으로 세계 경제는 물론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며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경제 환경 속에서 양회 등을 통해 밝힌 중국의 정책과 리오프닝 이후 경제 동향을 지속적으로 면밀히 점검·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한 바 있습니다.
9일 <뉴스토마토>가 국내외 기관들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수정치를 종합한 결과, 올해 평균 성장률 전망은 1.5%로 예상됐습니다. 사진은 부산 남구 감만부두 야적장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