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고에 뒤숭숭한 KT…경영정상화 요원

검찰수사·디지코 중단·주가하락 삼중고 KT
경영정상화 신호탄인 뉴거버넌스 TF, 12일 외부전문가 추천 마감
뉴거버넌스 구축 TF에 쏠린 눈…정부입김 우려·정당성 문제도 거론

입력 : 2023-04-12 오후 3:31:15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KT(030200)가 박종욱 대표 직무대행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한지 보름이 지났습니다. 여전히 대내외적으로 뒤숭숭한 상황입니다. 검찰은 구현모 전 KT 대표의 일감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자료 확보에 나섰고, 3년 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디지코플랫폼기업(디지코) 관련 굵직한 투자는 멈췄습니다. KT를 향한 외부의 압박과 경영공백 속에 시장가치로 대표되는 주가도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삼중고에 빠진 상황에서 KT는 12일까지 뉴거버넌스 구축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위한 주요 주주의 추천을 마무리하고 경영정상화를 위해 본격 나설 예정입니다. 하지만 TF 구축에는 국민연금을 위시로 해 정부 입김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일각에서는 대표 직무대행 체제에서 지배구조 개선 TF를 꾸리는 것 자체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어 경영정상화까지 험로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KT 광화문 사옥. (사진=뉴스토마토)
 
검찰수사·디지코 중단·주가하락 삼중고 KT   
 
구현모 전 KT 대표의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수사 중이던 검찰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관련 자료를 확보했습니다. 구 전 대표가 이사회 장악을 위해 사외이사들에게 부정한 향응을 제공했다고 고발한 시민단체 정의로운사람들의 고발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습니다. KT 관련 수사가 본격화되는 모습입니다. 정부의 입김으로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한 KT의 현 상황에 검찰의 수사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관치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는 구조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디지코 경영에도 힘이 빠졌습니다. 박종욱 KT 대표 직무대행이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 비상상황이긴 하지만 차분하게 수행 중이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미 굵직굵직한 투자는 중단됐습니다. KT 협력사들도 경영공백에 따른 불안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대금 결제가 늦어지거나 신규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지 못하면서 협력사들에 피해가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KT는 이달 중 주요 협력사들과 간담회를 갖고, 투자 계획 등을 공유하며 진화에 나설 방침으로 알려졌습니다. 
 
KT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시장의 심리로 종결되는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습니다. 정기 주주총회 당일인 지난달 31일 장중 주가는 52주 최저가를 기록했습니다. 이후 소폭 올랐음에도 이날까지 누적 기준으로 외국인과 기관은 매도세를 기록 중입니다. 주주들도 떨어지는 주가에 한숨만 내쉬고 있습니다. 
 
뉴거버넌스 구축 TF에 쏠린 눈…정부입김 우려·정당성 문제도 거론  
 
3월31일 서초구 우면동에 위치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 (사진=뉴스토마토)
 
삼중고에 처했지만 KT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첫 번째 작업은 뉴거버넌스 구축 TF를 만드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 5일부터 지분율 1% 이상의 국내외 주요 주주를 대상으로 TF에 참여할 외부 전문가를 추천을 받고 있습니다. KT는 이날까지 추천을 받습니다. 해당되는 주요 주주는 국민연금과 현대차그룹, 신한은행 등 국내 투자기관과 기업을 비롯해 실체스터인터내셔널, 티로우프라이스어소시에이트 등 17곳입니다. 김용헌 사외이사 등 4인으로 구성한 임시 이사회는 이번에 주주 추천을 받은 후보군을 토대로 TF에 참여할 5명 내외의 전문가를 확정합니다. 확정된 뉴거버넌스 구축 TF는 사외이사진 후보를 물색하는 역할은 물론, 지배구조 개선안 도출에 나설 예정입니다. 차기 대표 선정 과정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TF를 완성하고, 이사회가 꾸려지는 수순대로 일이 진행되더라도 경영정상화로 가는 길은 험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과 신한은행이 국민연금과 상반된 의견을 내기 어려운 가운데, 국민연금이 TF에 영향력을 키울 경우 KT 이사회부터, 차기대표까지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KT의 사업 전반 상황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인물이 대표로 내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입니다. TF 자체에 대해 부정적 시선이 나오는 것도 경영정상화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입니다. KT 전직 임원 모임 K 비지니스 연구포럼에서 활동하는 KT 소액주주들은 박종욱 대표 직무대행 주도의 지배구조 개선 논의는 위법 소지가 크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상명대 교수인 한영도 K 비즈니스 연구포럼 의장은 "대표이사 직무대행 체제에서 마련한 지배구조 관련 정관 개정과 사외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주총 소집은 직무대행 업무와 권한을 벗어나 행사하는 것"이라며 대표이사 직무대행 정지 가처분 신청 가능성까지 거론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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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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