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심사 대상의 월권?…한화, 심사당국 공정위 압박 정황

방산 마피아 의혹, 서일준 의원 자료 기사화 청탁
금속노조 “헐뜯기 중단하고 기업결합 대책 마련하라”

입력 : 2023-04-13 오후 1:05:06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심사당국을 압박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인수합병에 따른 방산업 독점 문제로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에서 심사당국을 압박하는 게 결과를 바꾸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13일 한 익명 제보자는 “한화그룹 홍보팀이 언론사들에 서일준 의원(경남 거제, 국민의힘) 자료를 기사화해달라고 청탁 문자를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줄곧 이런 식의 물밑 작업으로 공정위가 늑장을 부린다는 식의 여론 조성을 해왔다”면서 “여러 이해관계자가 이의제기해 독과점 우려가 제기된 만큼 살펴보는 것은 당연한데 개별 기업이 공정위를 압박하는 수준이 지나치다”고 했습니다.
 
앞서 지난 5일 서 의원은 공정위에 한화와 대우조선간 기업결함승인 심사를 조속히 마무리 지어 달라고 재촉했습니다. 이어 12일에는 HD현대발 방산 마피아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과거 HD현대 직원이 대우조선 함정 자료를 빼나가 유죄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 진실규명을 요구하고 나선 것입니다.
 
이에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곧바로 “서 의원은 현대중공업 헐뜯기를 중단하고 조선소 방산분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대책을 마련하라”는 성명을 냈습니다. 노조는 “최근 서일준 국회의원은 의원이라는 권력을 이용해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승인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공정위 공무원들에게 빨리 결정을 내리라고 독촉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매일 들리고 있다”고 직권남용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신용희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과장이 지난달 9일 업무자료를 발표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경쟁 방산업체들은 한화와 대우조선해양간 기업결합이 이뤄질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입니다. 다만 방산 분야 독점 폐해가 심각할 것이 우려돼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해달라고 건의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한화의 여러 로비 정황은 조건부 없는 승인을 겨냥한 것이란 지적입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공정위는 결합심사 때 통상적으로 업계 이해관계자 의견을 물어본다”라며 “그러다 조건부 승인이 날 가능성이 생기자 한화의 공정위 압박 수준이 강해졌다”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관계자는 “심사대상 기업이 심사당국을 압박하는 정황은 유례가 없다”라며 “방산업을 오래한 만큼 정치권과 관계가 깊고 정부가 합병을 도와준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했습니다.
 
박상인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는 “심사를 재촉하는 로비는 국내나 미국 등에서도 여러 기업들이 하는 것”이라면서도 “공정한 심사를 방해하는 식의 로비 활동은 문제가 있다. 독점 문제가 있다면 공정위가 좀 더 들여다 봐야 할텐데 무조건 빨리 통과시켜줘야지 안 그러면 손해가 얼마고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하는 식은 결과에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가 있어서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한화그룹은 “공정위의 자료 요구와 관련해 최대한 빠른 시간에 적극적으로 소명해 왔으며, 앞으로도 어떠한 요구나 대화 요청이 있을 경우 성실히 임할 것”이라면서 다만 “국제 사회에서 승인한 기업 결합 심사의 국내 심사 지연으로 인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장기화 되고 있는 현실 상황의 위중성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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