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한화그룹 내 총수일가 회사가 신사업 기회를 독점하며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계열사들의 기회비용 낭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총수회사 배불리기를 위해 대우조선해양 등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계열사들의 양보가 계속되는 게 기회유용이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주회사 한화에 정밀기계를 팔기로 했는데 한화솔루션으로부터 미국 태양광 사업 일감 수주가 부각됩니다. 매각가는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오는 5월31일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 한화정밀기계 사업을 5250억원에 인수 완료합니다.
한화는 정밀기계를 인수해 모멘텀 부문으로 재편합니다. 모멘텀 부문은 최근 한화솔루션에 태양광 장비를 납품하기 위한 자금 조달에 나섰습니다. 장비는 추후 한화솔루션의 미국 조지아주 카스터빌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 ‘솔라 허브’에 공급될 예정입니다. 솔라허브 증설계획까지 고려하면 수주물량은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런 사업기회를 지배회사인 한화에 양보했습니다. 정밀기계 매각가에 납품계약 수주가치가 반영됐는지는 불투명합니다. 한화는 이번 사업에서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과 연계해 보통 ESG채권보다 조건이 좋은 한국형 녹색채권도 발행합니다. 한화가 이 같은 이권을 크게 누릴수록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기회비용이 커집니다. 한화그룹이 한화솔루션 태양광 장비 납품 수주 건 내부정보를 가진 상태에서 정밀기계 매각 구조개편을 진행한 만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기회유용 의혹도 낳습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 인수도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둘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셋째 김동선 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이 지분 100%를 가진 가족회사입니다. 이 회사는 그룹의 굵직한 M&A에 참여하며 수혜가 부각됩니다. 한화임팩트는 예전 삼성 계열 잔여 지분 인수 결과, 한화에너지 종속회사로 존재합니다. 한화솔루션은 한화임팩트에 48% 정도 지분투자비용을 지출했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은 총수일가 회사에 양보한 셈입니다.
그런 한화임팩트와 한화에너지 종속회사들은 이번에 대우조선해양 지분 투자에 참여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지분을 나눠가지게 됩니다. 대우조선해양은 그룹에 인수된 후 암모니아, 수소, 방산사업 등 시너지를 키울 계획입니다. 이로써 대우조선해양 자산이 커지면 비상장회사인 한화임팩트의 가치도 오릅니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임팩트의 상장이 그룹 승계 작업의 마지막 완성이 될 것”이라며 “한화에너지가 가진 지분으로 현물출자하거나 구주매출, 지분스왑 등으로 한화 지분을 추가 인수하는 방법은 많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한화임팩트의 성장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의 기회비용을 야기합니다.
계열사들의 기회유용 의혹 관련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관련 부서에 문의했으나 아직 답변은 없다"고 전했습니다.
한화가 설치한 태양광 전경. 사진=한화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