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발란, 트렌비, 머스트잇 등 주요 명품 플랫폼 3사가 최근 실적 악화로 고심하고 있습니다.
이들 업체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온라인 명품 수요층을 공략해 높은 인기를 구가했지만,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엔데믹 시기를 맞아 오프라인 활동이 증가하면서 점점 적자폭이 확대되는 모습입니다.
16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발란의 경우 지난해 매출은 891억원으로 전년 대비 71% 성장했고, 거래액은 6800억원으로 1년 새 2배 이상 불어났습니다.
문제는 작년 영업손실이 374억원으로 전년(186억) 대비 2배나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아울러 당기순손실 역시 2021년 190억원에서 지난해 380억원으로 2배 확대됐습니다.
발란의 적자폭 확대에는 무리한 광고 집행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발란은 작년 광고선전비로만 386억원을 썼는데요, 이는 전년보다 2배가량 증가한 수치입니다. 또 거래액 증가로 판매수수료(104억원) 역시 2배 이상 늘었습니다.
트렌비는 지난해 매출이 225억원으로 전년(218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습니다. 또 영업손실은 2021년 330억원에서 작년 233억원으로, 당기순손실은 303억원에서 219억원으로 둔화했습니다. 트렌비는 전년 대비 낙폭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입니다.
머스트잇은 작년 매출이 331억원으로 집계되며 전년(199억원) 대비 66%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작년 영업손실은 168억원으로 전년(100억원)보다 67% 늘었고, 당기순손실도 177억원으로 전년(102억원) 대비 73% 커졌습니다.
이 같은 명품 플랫폼들의 적자 행진은 경기 침체에 따른 전반적인 명품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된 탓이 큽니다. 지난해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내내 이어졌고 고강도, 고환율 문제까지 겹치면서 수요층의 패션 의류에 대한 소비 여력이 크게 떨어진 것이죠.
특히 코로나 엔데믹 시기를 맞은 것이 이들 플랫폼사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명품 플랫폼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외부 채널을 이용하기 어려운 수요층으로부터 '집 안에서 명품 구매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며 높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엔데믹으로 야외 및 해외 활동이 자유로워지며 명품을 구태여 온라인에서 구매할 이유가 줄었고, 기존 유통 강자인 SSG닷컴, 11번가, 롯데온 등 이커머스 업계까지 명품 카테고리 확장에 집중하면서 플랫폼 업체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의 추정 집계에 따르면 명품 플랫폼 3사인 발란, 트렌비, 머스트잇은 이용자수가 감소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1월 평균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발란 36만명, 트렌비 35만명, 머스트잇 18만명으로 집계됐는데요, 모두 작년 같은 기간(발란 58만명, 트렌비 72만명, 머스트잇 29만명) 대비 절반가량 감소했습니다.
지나친 공격적 광고 집행에 골몰했던 점도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영학과 교수는 "발란은 김혜수, 트렌비는 김희애 등 명품 플랫폼 업체들이 시장 안착을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왔고, 어느 정도 대중에게 각인된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들 유명 배우 활용을 위한 무리한 광고 집행이 매년 실적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고, 결국 이들과의 계약이 종료된 것도 경영 악화와 무관치 않다. 흑자 경영을 위해서는 공격적인 광고 집행보다는 콘텐츠 내실을 다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습니다.
한 시민이 루이뷔통 쇼핑백을 들고 이동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