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봄철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농가의 시름이 커질 전망입니다. 정부가 가축 전염병을 막기 위한 총력에 나서고 있지만 풍토병의 현실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입니다.
전문가들은 풍토병으로 전환될 경우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인 만큼, 풍토병화를 전제로 장기적인 방역 시스템 마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총 8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중 ASF는 경기 포천시에 집중적으로 발생했습니다. 1월에는 1건, 3월 3건, 4월 1건 등입니다. 나머지는 강원 철원군과 양양군, 경기 김포시 등에서 1건씩 발생했습니다.
ASF 중앙사고수습본부는 포천시에서 ASF가 발생한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48시간 동안 연천군, 가평군, 동두천시, 양주시, 철원군, 화천군 등 6개 인접 시군에 축산 관계 시설 종사자와 차량에 대한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발령한 상태입니다.
또 발생 농장 반경 10㎞ 내 돼지농장 81호, 발생 농장과 역학관계가 있는 돼지농장 33호에 대해 정밀검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발생 농장에서 출하한 도축장을 출입한 차량이 방문한 농장 163호 대해서는 임상검사를 진행 중입니다.
포천시 한 양돈농장의 경우는 사육 중인 돼지 6000여 마리의 살처분 했습니다. 특히 봄과 가을에 주로 발생했던 것과 달리 올해 들어 겨울철인 1월에만 3건, 2월 1건이 발생하면서 풍토병화 가능성을 짙게 보는 분위기입니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총 8건이 발생했습니다. 사진은 ASF가 발생한 양돈 농장. (사진=뉴시스)
고병원성 AI 차단을 위한 비상 대응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고병원성 AI는 올해 전국적으로 총 19건이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10월17월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건수는 75건에 달합니다. 이 기간 살처분된 가금 수는 632만마리입니다.
지속적인 AI 발생으로 정부는 애초 2월 말 종료하기로 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특별방역 대책 기간'을 3월 말까지 연장한 바 있습니다.
연장된 대책 기간 AI는 2건 발생했지만, 종료 이후 이달 중순까지 4건이 발생한 상황입니다. 정부는 이달 AI가 발생한 전남 지역에 대해서는 위기 단계 '심각'에 준하는 방역 조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농식품부는 오는 18일 메추리, 칠면조 등 기타 가금 시설 기준을 강화하고 대형 산란계 농장에 터널식 소독 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가축전염병 예방법 시행 규칙'을 개정·공포할 예정입니다. 해당 규칙은 공포 후 3개월이 되는 7월19일부터 시행됩니다.
전문가들은 ASF와 AI 모두 국내 고착할 가능성이 큰 만큼 조기 검색과 신고 등 방역 대책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김재홍 한국동물보건의료정책연구원 원장은 "ASF는 야생 메시지가 이미 감염돼 있기 때문에 근절하기가 어렵다"며 "지방병 또는 풍토평화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그래서 집단 살처분 개선을 모색하는 등 방역 정책이 바뀌어야 할 시점이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AI도 예년 같으면 3월 말이면 끝나는데 4월에도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보면 풍토병 우려가 현실화하지 않느냐는 걱정을 하고 있다"며 "특별 방역 기간이 끝났다고 경계를 늦출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당분간 방역 활동이나 감시 활동을 타이트하게 당분간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장기적으로 풍토병화할 우려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전환이 필요하다. 조기 검색하고 조기 신고를 유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 가장 급선무"라며 "발생 후 조기 근절 대책도 중요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을 최선이라고 보기 때문에 이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조언했습니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는 올해 전국적으로 총 19건이 발생했습니다. 사진은 AI가 발생한 가금 농장. (사진=뉴시스)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