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회의 첫날부터 '파행'…공익위원 '불참'·노동계 '퇴장'

양대노총 "권순원 교수 사퇴해야" 요구
공익위원 전원 불참에 근로자위원 잇단 퇴장

입력 : 2023-04-18 오후 5:14:31
 
 
[뉴스토마토 김유진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첫 회의가 파행되면서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습니다.
 
노동계가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최저임금위원장과 공익위원들 모두가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에 불참했기 때문입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8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첫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공익위원 전원 불참에 근로자위원 잇단 퇴장으로 첫날부터 파행됐습니다.
 
양대노총은 전원회의에 앞서 권순원 숙대 교수의 사퇴 촉구를 한 바 있습니다. 권순원 위원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좌장으로 활동한 인물입니다. 연구회가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의 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친정부 성향인 권 위원에게 독립성·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양대 노총의 주장입니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됩니다. 근로자위원은 양대노총, 사용자위원은 경영계, 공익위원은 정부가 추천하는 인물로 이뤄집니다. 통상 학계 관계자들로 구성되는 '공익위원'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캐스팅보트로 통합니다.
 
양대노총은 이날 "권 교수가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좌장을 맡아 저임금 구조와 장시간 노동을 핵심으로 하는 노동개악에 앞장섰다"며 "중립성과 공정성을 상실한 권 교수는 사퇴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회의는 30분 이상 지연이 됐고 근로자위원들은 "예정된 시간이 지났는데도 왜 공익위원들이 착석하지 않느냐"며 항의했습니다.
 
근로자위원들은 15분 내에 위원장이 개회를 선언하지 않으면 퇴장하겠다고 말했으나 공익위원들은 3시 50분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근로자위원들은 공식 입장을 밝히고 모두 회의장을 나섰습니다. 
  
18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던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위원장과 공익위원들 모두 불참하면서 파행을 맞았습니다. 사진은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과 공익위원들이 참석하지 않아 회의가 지연되는 모습. (사진=뉴시스)
 
내년도 최저임금 고시는 고용부 장관이 매년 8월 5일까지 고시해야 합니다. 하지만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의 첫 전원회의부터 늦어진데다, 첫 날부터 진통을 겪고 있어 기한 안에 결정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번 최저임금위는 '사상 첫 1만원 돌파'와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가 쟁점 사안입니다. 
 
지난 5년간의 최저임금 상승 현황을 보면 2019년 8350원(10.9%), 2020년 8590원(2.87%), 2021년 8720원(1.5%), 2022년 9160원(5.05%), 2023년에는 9620(5.0%)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올해 인상 폭이 3.95% 이상이면 최저임금 1만원을 넘기는 셈입니다. 
 
노동계 측은 올해보다 24.7% 오른 1만2000원으로 해야 한다고 주창하고 있습니다.
 
양대노총은 "2022년 공식 물가상승률은 5.1%이지만, 2023년 적용 최저임금 인상률은 5%”라며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 물가 폭등 속 저임금 저소득노동자의 생계비 확보와 위축된 경기의 활성화를 위해 2024년 적용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반면 경영계는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동결'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박상희 소상공인연합회 홍보과장은 "최근 코로나19에 이어 각종 거시경제의 악재가 한꺼번에 몰아치면서 복합위기 상황으로 소상공인들은 급격한 매출 감소를 맞았다"며 "금융 채무가 감당하기 힘든 상황까지 증가한 상황에서 지불 능력이 한계에 다다랐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동결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도 요원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경영계는 업종별 최저임금을 달리 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지만 노동계에선 반발하기 때문입니다.
    
18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던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위원장과 공익위원들 모두 불참하면서 파행을 맞았습니다. 사진은 양대노총이 권순원 교수의 사퇴를 촉구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김유진 기자 y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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