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처우 개선한다지만…"'알맹이' 없는 달래기용"

'간호사 1명당 환자 5명' 목표…근무 환경 개선 내밀어
신규간호사 1년 임상 훈련…지방병원 채용시 가산
국회 본회의 앞두고 달래기용 지적…"진정성 의심"

입력 : 2023-04-25 오후 4:38:00
 
 
[뉴스토마토 주혜린 기자] 정부가 현행 간호사 1명당 환자 수를 5명으로 낮추도록 간호 인력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전통적인 3교대 근무방식을 2교대나 고정근무로 개선하는 방안도 추진합니다. 
 
하지만 "‘방향’만 있고 구체적‘알맹이’는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27일 간호법 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이번 종합대책을 통해 사실상 간호사 달래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종합대책엔 간호인력 충원, 질 높은 간호 인력 양성, 방문형 간호서비스 시범사업 도입 등이 담겼습니다.
 
조 장관은 "간호 인력을 늘리기 위해 상급종합병원 기준 간호사 1명당 환자를 16.3명에서 장기적으로 배치 환자 수를 3분의 1로 줄여 간호사 1명이 환자 5명을 간호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단계적으로 이뤄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간호대 입학정원은 2022년 2만2483명으로 15년 전인 2008년(1만1천686명)의 2배에 가까울 정도로 늘었지만, 인구 1000명당 활동 간호사 수는 4.94명(2022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0명(2020년)보다 한참 낮습니다.
 
정부는 병원이 간호인력을 많이 배치하면 할수록 병원과 간호사가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등급제를 개편한다는 방침입니다.
 
간호등급제는 간호인력 확보 수준(6개 등급)에 따라 기본진료료 중 입원료를 차등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등급별 간호인력 기준을 높이고 등급간 재정지원 가산폭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지방 병원이 간호사를 채용하면 수가를 가산해주는 방안도 추진합니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과다 채용과 순차 임용 관행인 대기간호사제는 근절하기로 했습니다. 중환자실, 수술실, 응급실, 소아·청소년 등 필수의료분야에 대해 간호인력 배치 기준도 설정합니다. 
 
주로 8시간씩 3교대로 근무하는 간호사 근무 방식을 '낮 또는 저녁 고정 근무' '낮과 저녁' '낮과 야간 근무' '12시간씩 2교대 근무' 등으로 다변화하기 위해 대체인력 채용 지원을 제도화합니다.
 
간호 인력 양성 대책으로는 간호대 입학 정원을 한시적으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정부, 간호계, 병원계, 환자관련 단체 등이 참여하는 '간호인력 수급위원회'를 구성해 간호대학 입학 정원을 결정합니다.
 
학위 취득까지 3년이 소요되는 간호대학 학사편입제도를 2년에 마칠 수 있는 '간호학사 특별편입과정'으로 재편해 간호 인력 유입을 유도합니다. 
 
교수 1명당 학생 15명을 맡을 수 있도록 간호대학 교수 수를 확대합니다. 또 의대처럼 병원에서 근무하며 강의도 함께하는 임상간호교수제도 도입합니다.
 
또 신규 간호사의 적응을 돕기 위해 1년간의 임상 교육과 훈련 과정을 제도적으로 보장합니다. 교육전담간호사는 현재도 있지만, 건강보험재정과 국가 예산을 재원으로 지원하도록 법제화합니다.
 
정부가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통해서 간호사들의 열악한 근무 여건을 전반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밝혔습니다. 사진은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간호사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조규홍 복지부 장관. (사진=뉴시스)
 
하지만 간호계 반응은 냉랭합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이번 종합대책을 향후 4년간 정부가 추진할 간호인력지원대책의‘첫걸음’이라고 스스로 밝힌 것처럼 ‘방향’만 있고 구체적‘알맹이’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건의료노조는 "국민과 간호사 모두가 행복한 환경 조성이라는 ‘비전’과 좋은 근무환경과 장기근속으로 양질의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목표’는 야심차게 제시했지만, 거기에 따른 3대 추진분야 그 어디에도 구체적 추진계획과 로드맵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원래 5월 12일 국제간호사의 날을 앞두고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는데 관련 단체들과 충분한 협의없이 갑자기 시기를 앞당겨 오늘 발표한 것은 27일 목요일로 다가온 간호법 국회 처리와도 연동된 듯하여 진정성마저 의심받게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간호법을 둘러싼 직역간 갈등이 계속되자, 정부는 지난 11일 간호법 중재안을 내민 바 있습니다. 법 명칭을 ‘간호법’에서 ‘간호사 처우법’으로 바꿨습니다. 원안은 간호 서비스의 혜택 범위를 ‘의료기관과 지역사회’로 규정했지만, 중재안은 ‘지역사회’를 삭제해 적용 범위를 줄였습니다.
 
대한간호협회(간협) 등 간호사 단체들은 당정의 중재안에 대해 "졸속 법안"이라며 중재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 강경합니다. 
 
반면 13개 보건의료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다음 달 총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입니다. 보건의료계 일부 단체가 파업에 돌입하면 의료현장에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간호법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법안의 운명은 대통령 결정에 달리게 됩니다. 정부가 양곡관리법 개정안 때처럼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릴 전망입니다.
 
정부가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통해서 간호사들의 열악한 근무 여건을 전반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은 간호법 제정 촉구 집회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주혜린 기자 joojoos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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