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공모주, 투기판 만들 셈인가요?

입력 : 2023-05-02 오전 6:00:00
최근 한국거래소는 ‘IPO시장 건전성 제고방안’ 후속조치로 신규 상장종목의 상장일 기준가격 결정방법과 가격제한폭 규정 변경을 예고했습니다. 
 
지금은 신규종목이 상장할 때 공모가의 90~200% 내에서 기준가를 정합니다. 공모가 1만원인 종목의 기준가가 2만원이 될 수 있는 마법입니다. 당일에 상한가까지 오른다면 2만6000원이 되겠죠. 그래서 공모주는 상장 첫날 1.6배가 될 수 있다는 공식이 만들어졌습니다. 
 
6월 말부터는 그 폭이 더욱 확대될 예정입니다. 기준가를 공모가로 대신하되 상장 첫날 가격제한폭을 60~400%로 키워 공모가 1만원인 신규상장주가 4만원까지 뛸 수 있게 만든 것입니다. 이젠 ‘따상’이 ‘따따블’ 혹은 ‘따따’ 정도로 수정될 것 같군요.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요? 한국거래소 보도자료의 ‘기대효과’를 그대로 옮겨보면 “신규상장종목의 기준가격 결정방법을 개선하고 가격제한폭을 확대함으로써 신규상장일 당일 신속한 균형가격 발견기능을 제고”할 목적이랍니다. 
 
“신속하게”와 “균형가격”을 “발견”한다에 밑줄 쫙. 상장 첫날부터 ‘따따블’이 될 수 있으니까 “신속하게”는 확실합니다. 그러면 “균형가격”은 어떻습니까? 균형가격이 무얼 말하는지 확실치 않네요.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는다는 의미일까요? 아니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가치를 시장에서 즉시 수정되도록 해준다는 걸까요?
 
IPO기업의 공모가는 수요예측에서 결정합니다. 기관들이 후보기업을 평가해 일종의 경매가를 적어내 그에 따라 결정됩니다. ‘선수’들도 이익을 남겨야 하니까 아마도 제값보다는 조금 낮게 적어내겠죠. 그렇다고 반값으로 후려치진 않습니다. 그랬다간 다른 선수에게 밀려 공모주를 배정받지 못할 테니까요. 즉 공모가는 적정한 몸값의 근사치일 겁니다. 
 
이게 ‘따따블’ 정도는 불어나야 “균형가격”이 되는 걸까요? 수요예측에 참여한 승냥이 같은 기관들이 진짜 가치를 반의 반값으로 후려치기라도 한다는 것인지, 수요예측 때 몰랐던 가치가 며칠 만에 발견되기라도 하는 것인지, 단어 하나하나 사족을 달지 않을 수 없는 “기대효과”입니다.
 
시행세칙 변경으로 예상되는 것은 있습니다. 예전보다 더욱 투기적인 매매가 성행하겠죠. 투기판이 서면 사람들이 몰리고 베팅이 늘고 돈이 넘치겠죠. 하우스는 돈을 벌고 거기에서 떼는 세수도 늘 겁니다. 물론 이를 ‘시장활성화’라는 정제된 언어로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식시장 활성화는 투기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주식에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면 됩니다. 거기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애는 것이 특효약입니다. 투기 조장보다는 현재 논의 중인 상법의 이사의 충실의무를 개정하는 쪽이 훨씬 효과적이고 건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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