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박광온 새 원내대표가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윤혜원 기자] 비명(비이재명)계이자 친문(친문재인)·친낙(친이낙연)계로 꼽히는 3선의 박광온(경기 수원정) 의원이 28일 민주당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습니다.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에서 박홍근 의원에 밀려 고배를 마신 박 신임 원내대표는 재도전 끝에 결국 뜻을 이뤘습니다.
'비명' 박광온 결선 없이 당선…친명 독주 '제동'
박 원내대표는 이날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4기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 1차 투표 결과 홍익표(서울 중구·성동갑)·김두관(경남 양산을)·박범계(3선·대전 서구을) 의원을 여유 있게 누르고 당선됐습니다.
1차 투표에서 재적 169명 중 과반 득표에 성공하며 2차 투표 없이 승부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최근 이재명 대표가 비명계 다수를 받아들이긴 했지만, 여전히 친명계 다수가 포진한 최고위를 생각할 때 원내대표만은 넘겨줄 수 없다는 비명계 표심이 대거 박 원내대표에게 쏠린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박광온(까운데) 새 원내대표가 이재명(왼쪽) 대표와 박홍근 전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MBC 기자 출신의 박 원내대표는 20대 국회에서 당 최고위원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를 지냈고 21대 국회에서는 당 사무총장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풍부한 경험이 강점입니다.
2015년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데 이어 2017년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 문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대변인을 맡으며 대표적인 친문으로 분류됩니다. 또 이낙연 대표 체제에서는 당 사무총장,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서는 이낙연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으며 친낙으로도 꼽힙니다.
'이재명·박광온' 투톱 체제…'통합이냐, 분열이냐' 갈림길
온건하고 합리적인 성품을 갖춰 특정 계파에 구애받지 않고 당내 여러 구성원과 두루 원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이 대표와의 호흡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박 원내대표는 당장 이 대표와 함께 최근 불거진 지난 2021년 당대표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후폭풍을 수습해야 하는 중책을 떠안았습니다. 의원 상당수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는 만큼 이를 제대로 해소해야 혼란에 빠진 당을 위기에서 구하고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박광온(오른쪽에서 두 번째) 새 원내대표가 다른 후보들과 당선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익표, 박범계, 변재일 선관위원장, 박광온, 김두관.
박 원내대표는 수락연설에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우리의 힘을 더욱 강하게 하는 일이라는 믿음을 갖는다. 태도가 본질로 매우 중요하다"며 "의원총회를 최대한 빨리 열어서 이 문제의 정말로 지혜로운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밤을 새워서라도 의원님들 한 분 한 분의 의견을 다 듣고, 존중하고, 총의를 모으는 길을 가도록 한 뒤 국민께 보고드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윤재옥과 주도권 다툼 불가피…'거부권 정국' 첫 시험대
박 원내대표는 정부여당과의 협상에 나설 역할과 책임도 안게 됐습니다. 먼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카운터파트로서 원내 현안을 두고 담판을 지어야 합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주도로 처리된 쟁점 법안들을 놓고 반발하고 있죠. 당장 전날 국회에서 통과된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윤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의 입법폭주 무대가 됐다"고 맹비난했습니다.
앞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어떻게 상대할지도 관건인데요. 당정은 간호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건의를 시사했습니다. 이른바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특검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도 정부여당과의 대화를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공산이 큰데요. 이런 상황에서 박 원내대표가 얼마나 협상력을 발휘할지, 당 안팎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는 형국입니다.
박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을 향한 강한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그는 이날 "민주당다운 가치와 담대한 정치로 윤석열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50억 특검법과 김 여사 특검법을 겸허히 수용하기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김광연·윤혜원 기자 fun3503@etomato.com